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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왜 무산됐나

"경영진 안이한 대응이 원인"

장우성 기자  2011.06.29 13: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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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 등 소속 노조원들이 28일 전재희 문방위원장 지역구인 광명시 의원 사무실 건물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백선엽 특집 등 자충수…여론 악화 부채질


KBS가 사활을 걸고 매달렸던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6월 국회에서도 좌절된 것은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국회에서만 통과되면 된다”는 국회 만능주의는 자유선진당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당과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데 실패를 불렀다는 것이다.

KBS의 한 기자는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시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경영진이 징계성 지방발령을 받은 김용진 기자, 김현석 기자의 복귀를 비롯해 불편부당한 보도제작을 위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줬다면 여론이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파 논란 정면돌파를 시도한 백선엽 특집 강행은 대표적 자충수였다는 비판이 많다. 경영진은 애초 특정인 미화가 아닌 균형감을 갖춘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관심이 집중된 뒤 막상 뚜껑을 열자 반발만 더욱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피해가도 모자랄 친일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으니 수뇌부에 과연 전략다운 전략이 있었느냐는 자조도 있다.

KBS의 한 직원은 “추적60분 ‘4대강 편’은 구성원 반대도 아랑곳없이 불방시켰으면서 논란이 많은 그 프로그램을 굳이 왜 이 시점에 밀어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결국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켜 수신료 인상을 찬성할 수 없는 이유만 늘려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표결처리를 합의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도 수신료 인상을 더 멀게 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앞으로도 수신료 인상 문제를 까다롭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잘못하면 ‘덤터기’를 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에서 무리해 처리됐다고 해도 전국민적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이 전개됐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이후 국회에서 처리 전망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7~8월 임시국회를 열어 수신료 문제를 논의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7~8월 국회는 잘 열지 않는다는 관례를 볼 때 여야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열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입법 공백 상태인 방송광고판매제도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강해 미디어렙법안과 수신료를 다루기 위해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신료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수록 KBS의 부담은 커진다. 민생이 악화되는 지경에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현실을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여론은 더 부정적이 되기 때문이다. 6월 국회가 예상 외로 ‘수신료 국회’가 돼 국민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도 감안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KBS 내에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내세운 수신료 인상 5대 선결조건 합의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은 동감하나 이는 KBS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국회, 이사회가 풀어줘야 한다”며 “공정성 확보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척도가 돼야 여야가 만족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당 대표실 도청 의혹, 한나라당의 새 대표 체제, 민생경제의 향방 등에 따라 수신료 인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