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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원 정책' 정권의 농단을 경계해야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손정연의 재스민 편지]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2011.05.27 11: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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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사례 1>
“지금 (종이)신문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문 가구 구독률, 열독 시간, 신뢰도, 광고매출액 등 주요 지표가 더 떨어질 데가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고 보도채널이 증가하면서 신문광고는 더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정말 신문 산업의 위기이자 신문저널리즘의 위기다.

2000년대에 들어서 신문산업은 구독률 급감(2001년 51.3%→2010년 29.5%), 주간 열독률 감소(2001년 69.0%→2010년 46.4), 신문 신뢰도 급감(1998년 40.8%→2008년 16.0%), 매체광고 시장에서 신문광고 시장의 매출액 감소(2004년 26.2%-> 2009년 20.7%) 등 심각한 위기가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11년 5월 12일 신문지원제도 도입 토론회서 주제 발표한 한서대 이용성 교수의 ‘현 신문지원제도의 문제점과 근본적 신문지원정책의 방향’ 발제문 중에서)

<사례 2>
“MB 정부는 언론악법 날치기를 통해 독임제형 ‘언론진흥재단’을 출범시켰다. …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신문지원기관에 투명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제 위원회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런데 MB 정권은 독임제 기구 설립 후 MB 라인으로 신문지원 기관의 고위직을 채움으로써 ‘언론장악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분명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진흥재단의 중립성 확보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자 한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언론진흥재단 출범 직후인 2010년 2월19일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서 언론진흥재단 관련 질의)

<사례 3>
“고용노동부(장관 박재완)가 작년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한겨레신문에만 정부 광고를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한겨레에 단 한 건도 광고가 실리지 않은 데 대해 노동부와 광고 대행을 한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 2011년 5월 6일자 보도)



   
 
  ▲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근본적 신문지원정책 도입촉구를 위한 연속토론회에서 한서대 이용성교수가 주제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서울신문 제공)  
 
‘신문산업진흥법’ 제정 논의가 핫 이슈가 되고 있다. 그만큼 신문산업 위기는 심각하고, 때를 놓치면 회생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상황도 논의를 한층 불붙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최근 ‘근본적 신문지원정책도입 촉구를 위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3가지 사례는 한국 신문산업이 왜 위기인가를 보여주는 일부 실증적 자료와 함께 이명박정권의 왜곡된 언론정책이 빚은 현 신문지원제도의 실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들이다.

저널리즘 본연의 발전 방향 ‘표류’
사례에서 일부 살펴 볼 수 있듯 현재 이 땅의 신문 현주소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신문지원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으로서의 신문업은 물론 신문저널리즘 본연의 발전과 관련해서도 방향을 잃은 채 표류 상태에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법과 지원제도 모두 현실의 실제적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MB정권의 언론정책인 비판기능 약화를 위해 편 가르기(우호언론 대 비판언론)와 지원제도를 통한 길들이기 셈법이 법과 제도 속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들 우호언론에는 지원과 육성을, 비판언론엔 무시(정부광고 차별대우 등)와 약화(시사고발 프로그램), 그리고 비판 언론인 걸러내기 등으로 나타난 것은 그동안 많은 사례들에서 보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수 메이저 신문 우대정책 속에 대다수 신문들, 특히 지역신문들은 경영난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가 팔을 걷고 고사 직전의 신문회생을 위한 근본적 지원 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현재의 신문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용성(한서대) 교수가 연속 토론회에서 제기한 것처럼 ‘신문산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신문 진흥책이 빠져있다. 신문산업이 위기라고 했을 때 신문법에는 당연히 신문산업 진흥에 필요한 기본계획, 즉‘신문산업 진흥계획의 수립·시행’조문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또, 일간신문 사업자가 발행부수와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 광고수입, 지분총수, 자본내역 등을 신고, 공개하도록 되어있는 개정 전 신문법 제16조도 통째로 빠져있다.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신문경영의 기초자료 신고 제도를 폐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신문산업 진흥계획 수립 토대가 되는 기초자료 수집 자체가 현재의 신문법 테두리 안에서는 어렵다.
참고로 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에는 신문 경영자료 신고제도 강화와 함께 신문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신문 진흥책 보완 등이 담겨 있었다.

신문법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독임제(이사장에게 권한 집중) 기관인 언론진흥재단에 ‘언론진흥기금’을 두고 재단으로 하여금 관리, 운용토록 한 점이다. 지원 사업 등에 정부의 입김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란 점에서 매우 독소적인 내용이다. 지적이 또 있다. 언론 진흥을 위한 지원기관이여야 할 재단이 각종 사업을 통해 언론사를 상대로 권력화 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란 점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때가 되면 바로잡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신문산업진흥법’ 제정 논의에는 하나의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연관된 법과 제도들의 상호 보완성 차원에서 그렇다. 그러나 위기의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제도 마련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비록 제약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현안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 2010년 2월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출범식에 참석한 주요 참석자들이 표지석 제막식을 갖고 있다. (뉴시스)  
 
현재 시행중인 신문지원과 관련된 사업으로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언론진흥기금 사업과 함께 경상남도가 올해 첫 시행한 지방정부 차원의 지역신문지원 사업 등이 있다. 지방정부 차원의 지역신문지원 사업은 경기, 충북, 충남, 광주·전남, 부산 지자체들에서도 상위법인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지역신문지원 조례 제정 논의에 나서 고무적이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투입예산에도 한계가 있어 전체 신문산업 회생책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자체들의 경우 대략 연간 10억 원 정도의 예산 지원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신문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가운데 대규모 기금 조성과 함께 근본적인 회생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종합적이면서 사업 중복성에서도 여타 지원제도들 간 정리가 된 가운데 마련되는 회생책이다.

정부로부터 자율성 보장돼야
이러한 근본적인 신문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충족돼야 할 중요한 조건 두 가지가 있다.
신문지원제도와 관련된 기구, 기관운영은 물론 기금운영에 있어서 1)정부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이 확보 된 독립성 보장, 2)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관리와 운영 보장,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핵심적 내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신문회생책이 마련된다고 할지라도 권력 강화에 뜻을 둔 정권에 의해 언제라도 훼손되거나 농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부당한 언론정책이나 잘못된 언론관련법, 그리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외부적 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지적하고 저항하며 싸워 언론을 지켜내는 일이다. 근본적인 신문산업 회생정책 도입 노력에 힘을 모으면서 되돌아 볼 일이다.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전 한국언론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