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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위력이 보여주는 교훈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김주언의 미디어거울]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2011.05.16 09: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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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가카 용기를 가지시고 사대강을 중단하고, 섹검과 떡검을 정리하시고, 쪽팔리는 천안함을 들고 국제무대에 나서지 마시고, 우발적 전쟁으로부터 국민이 걱정 하지 않게 하소서.”
-“가카께 전하기는 하겠지만 워낙 사오정이신지라….”

이른바 ‘짝퉁 청와대 트위터’에서 오간 대화의 일부이다. ‘칭화대’라는 이름의 짝퉁 청와대 트위터이다. 계정주소는 ‘@BIuehouseKorea’로 언뜻 보면 공식 청와대 계정( @BluehouseKorea)과 똑같다.
짝퉁은 Blue에서 l자를 i의 대문자 I로 써 소문자 l과 같아 보인다. 짝퉁 트위터는 폐쇄됐다가 대문자 I를 소문자 i로 고쳐 ‘BiuehouseKorea’로 거듭났다. 칭화대 트위터는 “국민과의 소통을 방해하려는 악의적인 무리의 가증스런 도발에도 불구하고 가카의 밀어붙이기식 삽질 정신으로 트위터 본사를 압박, 다시 국민 곁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이러한 내용을 소개한 위키트리는 청와대의 항의 때문에 짝퉁 트위터가 폐쇄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권력층에 대한 패러디나 풍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폐쇄성 때문일 것이다.
개그맨의 정치인 풍자를 모욕죄로 기소하고,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공용물건 손상혐의로 기소해 재판받는 현실(아마 시궁쥐가 아닌 미키마우스였다면 기소했을까?)에서 이러한 트위터 내용이 공개된 것만도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이러한 내용이 트위터가 아닌 인터넷 댓글로 달렸더라면 아마도 즉각 블라인드 처리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글을 쓴 이는 감옥에 가 있거나 법원에 불려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언로를 틀어 막는 데 집중해왔다. 집권 초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한 ‘촛불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방송사에는 낙하산 사장들을 내려 보내 ‘친MB방송’ 체제를 구축했으나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소통을 막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를 통해 인터넷 댓글까지 통제해왔다.
이와 함께 각종 법 개정을 통해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국제사회, MB정부 언론자유 위축 비판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은 물론, 앰네스티, 프리덤 하우스 등 국제단체는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축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을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시켰다. 한국은 1990년 ‘부분적 언론자유국’에서 ‘언론자유국’으로 올라서 줄곧 언론자유국 지위를 지켜오다가 올해 30여년만에 다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내려앉았다.
프리덤하우스는 ‘2011 언론자유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32점으로 전세계 196개국 가운데 홍콩과 함께 공동 70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순위는 공동 67위였다. 주요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시아 지역은 2010년에 두 개의 중요한 지위 변화가 일어났다. 오랫동안 자유 단계의 맨 끝자리를 차지한 한국은 2점이 감점돼 부분적인 자유 단계로 후퇴한 것이다.
그 원인은 관의 검열 증가와 함께 미디어가 보도하는 뉴스와 정보 내용에 정부가 영향을 미치려고 한 기도가 포함된다. 지난 수년간 다수의 온라인 논평이 친북견해라든가 반한국적 견해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현 보수정부는 또한 기자들의 반대에도 물구하고 큰 방송사 경영진과 대형 미디어의 고위직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임명함으로써 언론에 개입했다.”

국제앰네스티(AI)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2011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자의적 기소를 위해 국가보안법의 모호한 조항을 적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보낸 ‘천안함 서한’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한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국정원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것과 MBC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한 사건으로 지적했다.



   
 
  ▲ 청와대 짝퉁 트위터 '칭화대'  
 
유엔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다며, 한국 정부에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6월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영문보고서 초안에서 “2008년 촛불시위 이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밝힌 개인들을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법규에 근거해 기소·처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명예훼손과 인터넷상 의사와 표현의 자유, 선거전 의사·표현의 자유 등 8개 분야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거나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이 있다. 최근 들어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와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그것이다. SNS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사적인 소통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의 규제에 열을 올렸던 선거관리위원회도 SNS에 대해서는 규제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SNS가 지난 해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트위터를 통한 투표독려와 인증샷 올리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면서 야당의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SNS 여론 형성력 기존 매체 압도
SNS의 위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위력이 입증된 바 있다. 현재 진행중인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이끌어낸 ‘재스민 혁명’의 원동력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한 미국의 ‘제로니모 작전’ 상황을 세계 최초로 전한 미디어도 작전지역 인근의 파키스탄 사람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였다. 이제 신문이나 방송 등 주류 미디어는 뒤로 처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국내에서도 정치인들이 앞다퉈 SNS를 선거운동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신문 방송 등 기존 매체도 앞다퉈 SNS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시민정치운동을 벌이면서 SNS를 중요한 소통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SNS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력을 더 하고 있다. SNS의 여론 형성력은 신문과 방송을 압도할 것이다.
그러나 위력이 강해질수록 기득권의 저항도 비례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층은 가까운 시일 안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상의 대화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안검사 출신의 법조인을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박만 위원장은 방송과 통신의 준사법적 기관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혀 이러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검열하고 처벌해서 언로를 막을 수는 없다. 언론장악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하려 할수록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고 대화하는’ 미디어는 더욱 힘을 발휘하고 확산될 것이다. 더구나 SNS를 통해 공유되는 실제 상황과 정부에 장악된 매스미디어가 보도하는 차이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정신차려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사회에서 언론자유가 훼손돼 있다는 한결같은 지적을 받고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기자들을 과연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권력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날카로운 비판이 사라진 언론을 과연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보고서와 갈수록 커지는 SNS의 위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소회이다.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