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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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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음주는 만병의 근원이지만, 기분 좋게 적당히 마시는 술은 백약의 으뜸이라 했습니다.
술은 세상살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입니다. 물론 애주가들에게는요. 그중에는 기자들도 참 많을 듯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요. 이 술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이 참 많습니다.
우선 술 종류부터 살펴보면, 흔히 잘못 쓰는 술 이름에는 ‘빼갈’과 ‘빼주’가 있습니다. 중국의 고량주(高粱酒)를 이르는 말은 ‘빼갈’이나 ‘빼주’가 아니라 ‘배갈’입니다. 또 “용설란의 즙으로 만든 멕시코 원산의 독한 술”을 일컬어 ‘데낄라’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 술의 바른 이름은 ‘테킬라’입니다. 에스파냐어인 이 술의 원이름이 ‘tequila’이거든요.
많은 사람이 흔히 “오늘 탁배기 한잔 어때?” 하며 쓰는 ‘탁배기’도 현재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모든 사전이 이 말을 ‘막걸리’의 사투리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탁배기’는 우리 언중이 너나없이 쓰고, 특히 북한에서는 문화어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표준어로 다루고 있는 지금의 국어 현실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깡술’도 참 많이 틀리는 말입니다. 흔히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일컬을 때 ‘깡술’을 씁니다. 술을 안주 없이 먹으니까, ‘깡다구 있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쯤으로 생각해 그렇게 쓰는 듯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안주를 못 시키는 것과 깡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당연히 ‘깡술’이라는 말도 없습니다.
‘깡술’은 ‘강술’로 써야 하는 말입니다. 이때의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강된장’에도 그런 ‘강’이 붙어 있습니다. ‘깡술’이 없으므로 ‘깡소주’도 없습니다. 이 말 역시 ‘강소주’로 써야 합니다.
또 많은 사람이 “오늘 내가 찐하게 한잔 살게”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남에게 술을 살 때는 절대로 찐하게 사면 안 됩니다. ‘찐하다’는 “안타깝게 뉘우쳐져 마음이 언짢고 아프다”라는 뜻의 말이거든요. ‘진하다’를 강조해 쓰는 ‘찐하다’는 비표준어이고요.
술이나 음식은 건하게 사야 합니다. ‘건하다’가 바로 “아주 넉넉하다”라는 뜻의 말입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