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KBS 사옥에서 KBS기자협회 사무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보도본부가 있는 신관 건물에서 걸어 나와 연구동에 가면 엘리베이터도 없는 꼭대기 5층 허름한 방에 자리잡고 있다. 찾아오는 기자들은 손에 꼽는다. 이전하기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도본부가 있는 신관 3층에 있던 사무실이 이전된 것은 1년여 전. 회사 측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기자협회를 비롯해 PD협회, 경영인협회 등 직능단체 사무실을 연구동으로 옮기도록 한 뒤부터다.
KBS 기자들은 회원들 간 사랑방이자 소통공간이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KBS의 한 기자는 “내근자가 많고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방송 기자 특성상 기협 사무실은 유일한 휴게공간이자 선후배가 모여 회사 안팎의 사안을 토론하고 여론을 만드는 소통공간이기도 했다”며 “사무실이 외진 연구동으로 옮겨가면서 이 같은 풍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들은 다른 직종과 달리 업무 특성상 보도본부에 모두 모여 근무하기 때문에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KBS기협은 이후 회원들의 서명을 받아 신관 복귀를 경영진에 촉구하기도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다른 협회와 형평성 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KBS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간 부족은 구실일 뿐 실제 이유는 회사 내 감시·견제 역할을 하는 직능단체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간 부족 때문이라면서 보도본부 내 회의실을 불필요하게 늘린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KBS기협은 친목단체 성격을 넘어 보도위원회에 공식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해 보고서를 내는 등 공정보도에 대한 감시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보도본부 정책 등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사측과 대화하는 창구로서 사실상 기자 노조의 역할도 한다. 이 같은 위상과 역할 때문에 회사 동의 아래 사무실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상 소통공간이었던 보도정보 게시판이 일방적으로 실명 전환된 지도 2년이 지나 KBS 내 소통구조는 최악에 이르렀다는 평도 나온다.
KBS의 또 다른 기자는 “비판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기자들의 공간을 저 멀리 둘 필요가 없다”며 “회사가 자기 필요에 따라 직능단체 기능을 제한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