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서남표 총장 개혁 부각…내부 경고음 놓쳐

카이스트 사태, 언론 책임은 없나

장우성 기자  2011.04.20 14:31:50

기사프린트


   
 
  ▲ 카이스트 임시 이사회가 열린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서남표 총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고등학교도 아니고… 고 3때도 이렇게 치열하지 않았어요.”
“잘해도, 잘못하면 낙오자가 될 수 있어요.”
“너무 한꺼번에 모든 것이 변해서… 못 따라가겠어요.”

카이스트 학생, 교수들의 목소리다. 최근 4명의 학생이 자살한 ‘카이스트 사태’ 이후 나온 말이 아니다. 2008년 KBS 과학카페 2부작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과학기술로 여는 미래’에서 방송된 일부 현장 인터뷰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경고음’은 서남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를 부각하기 위한 소도구로 쓰였을 뿐이다. ‘서남표 신드롬’, ‘대학 개혁의 전도사’,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 등 화려한 수식어구가 앞장섰다.

KBS만이 아니다. 대부분 국내 언론은 서남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을 지지하는 대신 예고됐던 부작용 감시에는 소홀했다. 이 때문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근의 사태에 대해 언론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쇄 자살 이후 서 총장 자신은 물론 모든 언론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차등등록금제와 1백% 영어강의. 도입 당시 언론들의 시선은 달랐다.

“최근 교수 정년보장 심사에서 절반 가까이를 탈락시켰던 카이스트가 이번에는 학생들에게도 정신이 번쩍 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수업료를 전액 면제해 왔는데 이제부터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기로 한 것입니다.”
카이스트의 차등 등록금제 도입을 보도한 2007년 10월 MBC뉴스데스크 엄기영 앵커의 코멘트다.

언론은 개혁 드라이브 이후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한 예가 2009년 일어난 일명 ‘카이스트 미네르바’ 사건. 한 카이스트 학생이 총학생회 통제와 차등 등록금제 등 일련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자 학교 측이 이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일이다. 경향 연합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의 사실 전달 보도를 제외하고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중에 출판된 서남표 총장 관련 서적 또한 언론사 기자들이 쓴 것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서 총장의 리더십과 개혁의 의미를 강조한 내용이다.

언론에 대한 카이스트 내부 구성원들의 시선도 차갑다.

카이스트신문의 송석영 편집장은 지난 12일자 칼럼에서 “(최근 언론의 카이스트 비판보도는) 서 총장의 개혁 이후 지난 5년간의 보도를 볼 때 일관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 이전과 이후 언론에서 학교의 정책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차등 등록금 부과 정책으로 대표되는 서 총장의 학부 교육 정책에 호의적인 기사를 잇따라 냈던 언론들이 자살사건 이후 논조를 1백80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언론들은 지난 5년간의 개혁에 대해 정책 대상자인 학우들의 목소리와 분위기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았고, 서 총장을 비롯한 정책 시행 측의 입장으로만 정책의 장점만을 부각해 왔다”며 “이번 사건 이후에야 학교로 와 학우들의 말을 듣거나 학내의 분위기를 기사에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