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 1백30여 명이 지난달 29일 노동조합에 집단 가입한 데 이어 31일 긴급대의원대회를 열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최윤필 한국일보 기자협의회장이 노조위원장 대행을 맡는 등 다시 기자들이 중심이 된 노조로 재정비됐다.
이들은 4일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 우리가 선 이 자리는 머뭇거릴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벼랑 끝임을 인식한다”며 “이 가파른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냘픈 희망, 그것은 단호한 결단과 망설임 없는 도약으로써만 쟁취할 수 있음을 우리는 차갑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영진에 촉구한다. 함께 한마음으로도 도약하지 않으면 저 낭떠러지 속으로 함께 사라지게 될 것임을”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낸 이 성명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선언투다. 하지만 향후 경영진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이 강하다는 안팎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기자 대다수인 1백30여 명이 대거 노조에 가입한 데다, 가입 승인은 되지 않았지만 부장급 4~5명도 가입 신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기자들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현 경영진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만성 적자에 시달려 왔으며, 지난해에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의 상징인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사옥 입주가 무산되면서 기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06년 9월 한일건설에 사옥을 매각했으며, 사옥 자리에 준공된 트윈트리 건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그러나 건물 준공 1개월 후인 지난해 12월30일까지 내야 하는 매수대금 1백40억원을 내지 않으면서 입주가 사실상 무산됐다.
기자들은 현 경영진에 실질적인 경영자료는 물론 중학동 사옥 입주 건과 관련한 세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적자 및 사옥과 관련한 책임 소재도 가릴 것으로 보인다.
최윤필 노조위원장(대행)은 “벼랑 끝에 섰다”며 “3개월 이내에 한국일보가 침몰하든, 다시 살아나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