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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에서 대피소로 사용 중인 한 체육관에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꽃을 들고 들어서고 있다. (사이타마(일본)=신화/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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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대지진에 따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에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시각도 논쟁거리다. 한편에서는 “언론이 원전 공포를 과장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 발표에 의존하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외면하는 ‘앵무새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학·환경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들의 의견은 각기 달랐다. 그러나 원전 문제를 토론할 사회적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근접했다.
“원전 위험 과학으로 통제 가능”원전 취재를 전문적으로 해온 한 언론사 중견 기자는 “일부 언론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지나치게 조장하고 있다”며 기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이 기자는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때 우리나라에 방사능 피해가 있었나. 원전을 직접 조작하는 직원들도 방사능 피해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방사능은 치사량이 아니면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는데 언론이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위험도 과장되고 있다”며 “매뉴얼에도 없었을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 쓰나미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사후 대응은 비교적 잘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전 사고가 나면 위험한 게 사실이지만, 인간은 과학으로 위험을 통제해왔다”며 “보수·진보로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할 게 아니라 과학으로 원전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만 강조, 언론 감시기능 외면”환경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용태영 KBS 기자는 “이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과학기술은 외견상 안전해보이지만 복구 불가능한 위험성도 갖고 있다”며 “독일의 석학 울리히 벡이 예견한 ‘위험사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태영 기자는 “언론이 원전 사업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정책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당국의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감시기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는 진도 6.5가 기준이나 동해에서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원자력이 에너지 빈국(貧國)인 우리나라의 대안이라는 주장에도 이의를 나타냈다. 그는 “문제는 에너지와 부의 탐욕에 기반한 경제성장 구조”이며 “우리는 에너지 부족시대가 아니라 에너지 탐욕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 기자는 “언론은 물론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철학적 공유가 부족하다”며 “물질적 풍요를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으면 각종 기후·환경 재앙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원전 정책 폐쇄성 극복해야”원전의 위험성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의 원자력 정책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곽재원 중앙일보 과학기술 대기자는 “이번 사고에서 원전이라는 거대 기술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전문가 집단이 폐쇄적으로 독점해온 원자력 정책 관련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재원 대기자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의 속성상 사고 초기에는 속보 위주로 갈 수밖에 없으나 3~4주 정도 되면 탐사 보도로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며 “우리 언론도 그런 전환점을 찾고 침착하게 원전 정책 전반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대기자는 “원전이란 전력의 기저로서 대단히 필요하며 신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을 늘리더라도 앞으로 20~30년은 원전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리가 원전 정책을 지나치게 희망·낙관적으로 세운 것은 아닌지 등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원전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