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전세 대란·고물가…기자들도 '생활난'

전세 폭등에 서울·경기 외곽으로
언론사 노조 생활자금대출도 급증

민왕기 기자  2011.04.06 13:58:24

기사프린트

#1. 한 종합일간지 8년차 기자는 최근 서울을 떠나 경기도 광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궁여지책으로 외곽도시를 택한 것이다. 당장 출퇴근이 문제다. 서울 도심까지 2시간여가 걸리는 통에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는 일이 잦다.

#2. 한 마이너 경제신문의 6년차 기자는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전셋집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달여 발품을 판 끝에 서울 외곽 지역에 1억5천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지만 중도금을 내려면 3천만원의 대출을 더 받아야 한다. 은행권을 알아보고 있지만 금리가 비싸 엄두가 나질 않는다.


고물가 시대에 기자들의 생활난도 가중되고 있다. 임금 인상은 물가 인상률을 밑돌고 있는 지 오래다. 언론 환경까지 갈수록 악화되면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 박봉에 전세대란까지 겹쳐 집 없는 설움도 겪고 있다.

최근 언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출 창구인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인금고’도 붐비고 있다. 실제로 언론인금고는 신청자 접수를 받을 때마다 만석이다. 금리는 연 3%의 저리로 평균 경쟁률은 1.5대 1을 유지한다. 최근 들어 상담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대출을 신청했다는 한 기자는 “상담전화를 걸어봤더니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탈락될까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출된 누적 생활자금은 1백35억원(2천5백30명), 주택자금은 1백50억원(6백46명)이다. 올해의 경우 3월 현재 생활자금 27억원(2백81명), 주택자금 12억원(43명)이 대출됐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사세에 따라 복지정책도 ‘빈익빈 부익부’인터라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는 호소도 나온다. 메이저언론일수록 대출 등 복지정책이 잘 갖춰져 있어서다. 동아, 매경, 조선, 중앙, KBS, MBC, SBS 등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것은 물론 사내복지기금과 공제회 등을 운용하며, 주택자금 및 생활자금을 대출해 준다.

일례로 동아는 주택자금 5천만원과 생활자금 1천만원, 조선은 주택자금 5천만원과 생활자금 3천만원, KBS는 주택자금과 생활자금 각각 3천만원, SBS는 주택자금과 생활자금 각각 2천~3천만원 등을 저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동아일보와 KBS 기금 담당자는 “매년 신청자가 꾸준하고 반응도 괜찮다”며 “힘들 때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능한 언론사라면 사내근로복지기금 마련 등 보호막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일부 언론사들은 노조 차원에서 대출기금을 소규모로 운영하기도 한다. 헤럴드경제, 한겨레 등이 대표적으로 소액이지만 쏠쏠한 인기를 끌고 있다.

헤럴드 노조는 지난 2월 신청자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당초 기금 3천만원을 5천만원으로 늘렸다. 한겨레 노조도 지난 2001년 소액대출제도를 도입한 이후 대출기금을 1억원으로 늘렸다. 통상 한 달에 5명, 1인당 3백만원을 대출해 준다. 지난달에는 신청자가 초과됐을 정도였다.

한편 언론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언론사와 노조의 자구책뿐 아니라 언론인공제회 설립 등 언론계 차원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론인공제회는 기자협회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재원 마련 등의 문제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구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들의 생활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택 문제’지만 몇몇 신문을 제외하면 이 문제는 기자들 자신의 문제로 국한된다”며 “전세대란 등 주택문제를 지면에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기자들간의 공동 연대를 통해 풀 수 있다면 그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