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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에 빠진 언론, 심층보도는 뒷전

'신정아 자서전' 등 흥미유발 보도 넘쳐나

민왕기 기자  2011.03.30 14: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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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층·추적보도는 약화된 반면 스캔들 및 흥미유발 보도 등 일회성 보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미디어의 활성화 등 언론환경의 변화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상업적 보도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권력형 비리 보도나 심층보도는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최근 국내언론이 일본 대지진 외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스캔들’이었다. 중국총영사관 영사들과 덩모 여인의 관계를 다룬 일명 ‘상하이 스캔들’, 신정아 자서전 출간 등이 연일 지면과 방송을 비롯해 인터넷판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

특히 ‘상하이 스캔들’은 과거 신정아 스캔들과 함께 관음증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총영사·부총영사 서로 헐뜯고 유부녀 놓고 싸웠다’(조선 9일자 1면), ‘한국판 색계’(중앙 9일자 1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가 주를 이뤘다.

신정아씨의 자전에세이 ‘4001’이 출간된 지난 22일에도 관음증 보도가 극에 달했다. ‘신정아 “정운찬 전 총리가 호텔로 불러내…”’(헤럴드경제), 신정아 “정운찬, 늦은밤 호텔바서 만나자더니…겉으론 고상한 척”(국민일보) 등 주류 마이너 매체를 막론하고 언론들은 트래픽 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스캔들 보도를 비롯해 각종 흥미 위주의 자극적 보도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정작 더 중요한 이슈들은 매몰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의 경우에도 뉴스에 우스개를 보태 ‘뉴스쇼’로 만드는 등 연성화와 상업화 경향이 강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원전사태에 따른 다각적인 원전 점검, 전세 대란, 연예계 성상납 문제, BBK 김경준 기획입국설 등 실체 규명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심층보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최근 보도를 보며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언론 매체가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일회성 보도로 독자의 호기심만 유발하고 제대로 된 진실과 실체는 알려주지 못하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이 연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이유로 이명박 정권 들어 친정권적인 신문·방송 메이저 매체들이 권력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면서 이슈다운 이슈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고, KBS·MBC 등의 탐사 프로그램들이 잇단 언론탄압에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온라인 저널리즘의 발달로 이런 경향이 더 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언론사들 대부분이 온라인 저널리즘을 시장주의로 접근하면서 흥미 위주의 보도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온오프 통합으로 인해 이런 경향은 오프라인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온오프 통합 및 방송진출 등 플랫폼 다양화로 인해 기존 기자들의 업무량이 증가하는 등 특정 사안에 대해 심층보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실제로 조선노보는 지난 10일 “요즘 업무강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세져 심신이 지친다”, “뉴미디어 업무만을 위해서라도 최소 20%의 인력이 증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심층·탐사보도에 대한 언론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탐사보도팀 및 특별기획취재팀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KBS, SBS, 중앙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에 불과하다. 대다수 언론들은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취재팀을 꾸리는 실정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의 문제와 대기자, 전문기자제도의 활성화 실패 등 현실적으로 심층보도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깊이 있는 취재와 수준 높은 보도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만큼 회사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