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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재난보도 모범답안일까

NHK 등 초기 차분한 대응 '호평'
정부 비판 등 감시견 역할 '낙제'

민왕기 기자  2011.03.30 13: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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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동북부 강진 19일째인 29일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폐허 뒤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내 언론들이 NHK 등 일본언론이 보인 차분한 보도에 찬사를 보냈지만, 최근 들어 매뉴얼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본 재난보도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기 재난 대응 보도는 배워야
초기 일본언론들이 보인 재난보도는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대다수다. 당시 국내언론들도 ‘언론도 달랐다… 시신·부상자 현장 보도 선정적 기획·기사 없어’(문화일보 15일자), ‘유족인터뷰 안하고 시신 수습 멀리서 찍고…절제 돋보인 NHK’(중앙일보 15일자) 등의 기사를 통해 일본언론의 신속한 보도와 절제가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이는 철저한 매뉴얼에 따른 보도 때문이다. 일례로 NHK 재난보도 매뉴얼은 ‘재해가 일어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너무 괴롭히지 마라. 그들의 가족도 피해자일 수 있다’, ‘심하다, 매섭다, ~같다 등의 주관적 표현은 쓰지 말라’, ‘강한 지진이란 표현까지는 용인된다’는 등 세부적인 지침을 갖추고 있다.

NHK가 준기상청으로 자체 기상재해센터를 두고 전국에 자체 지진계 70여 개를 보유하고 있는 등 준비가 철저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KBS 등 국내언론에는 재난보도 매뉴얼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가 유일하게 지난 ‘2003년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한 것이 전부다.

이 안에는 △수집된 정보의 해당 전문가 검증 △재난구조기관의 공식발표에 다른 피해관련 통계와 명단보도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생존자 및 사상자의 신상 공개 자제 △근접촬영 자제 △자극적 장면 반복 보도 금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안을 보완해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시견 역할도 필요
일부에서는 일본 재난보도의 큰 틀은 본받아야 하지만,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대지진 취재를 다녀온 서울신문 윤설영 기자는 지난 23일 칼럼 ‘한·일 보도관행 누가 옳고 그른가’에서 “(일본 재난보도는) 쓸데없는 불안과 동요를 줄여 제2의 혼란을 막았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면서도 일본 언론이 지도자들의 무대책, 현장 구호활동의 미진함 등을 비판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언론이었다면) 정부는 왜 빠른 지원을 하지 않는지, 정치 지도자는 왜 현장지휘를 하지 않는지 신문 1면부터 사설까지 조목조목 비판했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보도가 주민들에게 유익할지, 않을지를 떠나 분명 이는 정부를 움직이게 하고 시스템을 돌아가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21일 경향신문 옴부즈맨 칼럼에서 “원전 폭발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 있었음에도 정부와 같은 공식적 취재원에만 의존하는 일본 언론의 뉴스 생산 및 취재 보도관행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민언련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처음 재난보도 매뉴얼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이후 정부 대응이나 원전 문제 등에 대해 감시 보도하지 않는 등 문제점을 나타냈다”며 “한국언론은 일본 초기 재난보도의 장점을 배우고 이후 보도에서 나타난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재난보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