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때문에 디지털기기 구입…이제는 자타공인 전문가
기사를 쓸 때면 그의 책상은 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노트북에 모니터 한 대를 더 붙여 듀얼 모니터로 만들어 놓고, 또 다른 노트북 한 대는 예비용으로 준비해 놓는다. 여기에 한눈에 보기에도 작아 보이는 미니 노트북도 비치한다. 이것도 모자라 일명 울트라모바일 PC(UMPC)까지….
강원일보 문화여성부 오석기 기자(강원일보 지회장)는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답터’다. 특히 열을 올려 수집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기.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 분야지만 스스로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수집벽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한다. 디지털기기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를 능가한다.
현재 그가 보유한 노트북만 해도 다섯 대가 넘는다. 물론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은 뺀 숫자다.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일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이 국내 첫 출시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갔을 때, 강원도내 첫 구매자가 자신이었다는 자랑도 한다.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안경형 모니터를 구입하고 판매회사에 익명으로 제품 분석과 비판글을 남겼더니, 담당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을 정도. 그 세계에선 이미 자타공인의 실력자다. 이는 신기한 제품은 무엇이든 써보고 체험한다는 그의 신조 때문.
경제적으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그의 아내는 그의 취미에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한다. 철따라 옷을 사 입는 것도 아니고, 차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골프 같은 비싼 취미도 없어서다.
동료들도 오 기자의 이런 취향에 핀잔을 주다가도 노트북이나 디지털 기기를 구입할 때면 그를 찾아 제품의 장단점을 묻곤 한다. 새로 산 제품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도 강원일보 편집국에선 일종의 ‘불문율’이 돼버린 지 오래다.
오 기자가 이렇게 얼리어답터가 된 것은 사실 일 때문이었다. 1999년 입사한 그가 수습교육을 마치고 첫 발령을 받은 부서는 인터넷팀. 정보통신, 인터넷 기사가 한창 신문을 장식하고 있을 때 관련 기사를 써야 했다. 하지만 체질상 대충 ‘우라까이’한 기사는 싫었다. 그래서 하나 둘 디지털기기를 구입해 직접 사용해 봤고, 그후 기사를 출고하곤 했다. 이렇게 기사 때문에 산 제품만 수십 종이다. 실제로 그가 쓴 기사와 그의 애장품 목록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인터넷팀에서 문화여성부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그의 탐구열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실제로 요즘은 PSP와 로케이션프리(일종의 TV 송출 기기)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나 소형 프로젝터와 컨버터를 연결해 TV 장면을 투사해 보는 방법 등 디지털 기기를 결합해 싼 값으로 편안한 기능을 즐길 수 있는 손쉬운 방법부터 각종 고급 노하우를 주변에 알려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와이프는 아들 둘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취미를 넘어서 생활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많은 제품들을 다루면서 이리 연결하고 저리 적용하면서 전혀 새로운 기능들을 발견해 갈 때 성취감도 느끼고요. 혼자 알기 아까운 정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죠. (웃음)”
오 기자는 이런 노하우를 모아 언젠가는 책 한권을 펴내고 싶다고 했다. 책 제목은 ‘오가이버의 좌충우돌 디지털기기 해부하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