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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춘 심사위원·제14대 기자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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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하늘동네’ 발로 뛴 50일간의 노력과 감동에 박수올해로 44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이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와 명예, 권위의 무게를 더해오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객관성, 공정성, 정확성을 흔들림이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1967년부터 한국기자협회가 선정 시상하는 기자상의 종류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매달 한 차례씩 10여 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이다. 둘째는 매년 한번, 대체로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품을 중심으로 부문별로 선정하는 한국기자상이다. 셋째는 해마다 한 차례씩 한국기자상 수상작품들 중에서 뽑는 한국기자상 대상(大賞)이다.
2011년 올해 한국기자상 심사와 관련해 가장 손꼽히는 특징은 장장 9년 만에 한국기자 대상작을 탄생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연합뉴스가 출품한 ‘북한, 김정일 후계자로 3남 김정은 결정’을 대상으로 뽑은 것이다.
기자 대상은 기자협회가 기자상 제도를 운용한 지 28년이 지난 1995년(27회)부터 시행, 그해 ‘인천북구청 세금횡령사건’(경인일보)을 첫 수상작으로 뽑았다.
기자 대상은 그후 1996년(28회), 1997년(29회) 시상했고 1998년(30회)에는 수상작이 없었으며 1999년(31회), 2000년(32회), 2001년(33회)까지 6차례 선정한 후 지금까지 모두 11년간 수상작이 없었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한국일보)가 마지막 대상이었다.
올해 한국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등 14개 부분에 걸쳐 총 1백4점이 출품됐다. 1백4개 작품의 내용은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76, 신규신청 20, 탈락 작품 재신청 8건 등으로 되어 있다.
이번 한국기자상 대상의 심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우선 심사위원으로는 위원장(민경중 CBS제주본부장)을 포함한 15명 중에서 12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은 자신의 소속사 기자 등이 신청한 작품에 대해서는 예비심사권, 발언권(심사의견)과 투표권에서 제외된다. 심사는 위원들이 각자 예비심사에서 채점한 것을 종합해 평균 7.9점(10점만점) 이상을 받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자유토론을 통한 정밀하고 심도있는 심사를 벌였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2건의 출품작 중 ‘김정일 후계자로 3남 김정은’(연합뉴스), ‘유명환 장관 딸 특채’(SBS), ‘해군 천안함 침몰사건’(YTN) 등 7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김정은 후계자는’ 2008년 8월부터 전문기자팀이 북한의 동향 추적과 각종 자료의 분석을 통해 장장 2년 연속보도 끝에 건저낸 대작(大作)이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들이 장남 김정남, 또는 차남 김정철을 지목하거나 저울질할 때 흔들림없이 각종 근거로 처음부터 3남 김정은이라고 지목해 결국 국정원도 막바지에 확인해주었고 많은 해외 유력언론들이 이를 전재했다.
‘유명환 장관 딸 특채’는 정부 부처의 인사난맥과 고위층들의 독단과 부도덕성을 알린 보도로 파장이 공직사회 전체로 퍼져 인사규칙을 손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해군 천안함 폭발’은 작년 연평도 포격과 함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양대 도발사건으로서 군의 발표보다 먼저 신속보도로 알렸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투표결과 이상 3작품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유 장관 딸’과 ‘천안함 폭발’의 경우 해당 언론사가 첫 보도로는 앞섰으나 그 뒤 꼬리를 문 후속보도 경쟁에서는 뒤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작년에 처음 신설된 경제보도부문은 8건의 신청작 중 ‘편의점 현금영수증에서 수백억원의 혈세가 줄줄 샌다’(이데일리), ‘프랑스은행에 현대상선 1.2조예금? 철처관심’(이데일리), ‘라응찬 신한 회장의 실명제 위반논란’(중앙일보) 등 3건이 예심을 넘었다.
이 가운데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일에 의구심을 갖고 끈질긴 취재로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을 파헤칠 ‘편의점’이 선정됐다. 세무공무원들에게 곧 교과과목으로 채택되리라는 소식이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12건 중에서 4건이 기준선을 넘었다.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노력작이었다. 매건마다 난상토론을 벌였고 학계와 관계기관 언론 등 모두가 무관심했던 장애인들의 성(性)문제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파헤친 ‘장애인 킨제이보고서’(한겨레신문)가 선정됐다. 그러나 한겨레21이 기획한 이 기사의 경우 본지에도 크게 실었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무려 15건의 신청작품 중 6건이 심사대상에 오른 지역보도부문은 6건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공들인 작품들이었다.
작품별로 심사·토론·평가·투표결과 ‘태안 군용보트 전복사고 베일을 벗기다’(대전MBC)와 ‘동해안 최북단 어장 갯녹음 최초보도’(강원민방)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단순한 사고로 덮일 뻔한 참사를 끈질긴 현장취재와 정확한 사실확인 노력으로 태안보트전복사건은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였음에도 흔들린 군의 기강 상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강원민방은 동해안 NLL(북방한계선) 부근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심해(深海)를 관찰함으로써 기자정신을 과시했다. 앞으로 계속된 취재노력과 성과를 기대하고 싶다.
지역기획신문통신 부문은 11건 출품작 중 4건이 기준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이달의 기자상 선정 때 단순한 길 소개를 넘어 따뜻하고 친근한 주민의 길, 향토길로 부각시켜 호평을 받았던 전북도민일보의 ‘다큐 길’은 그후 두레, 올레 길로의 추진, ‘길의 날’ 입법청원 관련도서 출판 등의 활동이 크게 평가되었다.
지역기획방송부문은 5건 출품작 중 유일하게 기준선을 넘은 ‘다큐뉴스 50부작 하늘동네이야기’(대전MBC)가 거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발로 뛰어 50일 동안 매일·뉴스형식으로 달동네의 전부를 잔잔하면서도 감동 있게 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은 9건 중 ‘아스팔트에 꽂힌 1m짜리 포탄’(한겨레신문), ‘불법조업중국어선-일렬로 묶은 채 단속저항’(동아일보), ‘김태영 국방장관에 전달된 VIP메모’(CBS) 등이 예심을 통과했다. 순간포착을 위해 여러 시간 또는 수일간 사진기자들의 땀의 결정(結晶)인 3작품 모두 수준 이상의 작품이라는 게 대다수 위원들의 의견이었다. 결국 표결에서 연평도 피격의 처절함을 리얼하게 전해준 1m짜리 포탄이 선정됐다.
전문보도 출판 그래픽 등에서는 9건 중에서 기획그래픽 ‘인천상륙작전’(중앙일보)과 ‘왕을 만나다-아시아의 왕을 만나다’(경인일보)가 예심을 넘어 각축을 벌였다. 결국 사실적인 묘사로서 인천상륙작전의 시작과 진행을 거리감 있게 일목요연하게 그린 인천상륙작전이 입상했다.
되풀이해 강조하지만 한국기자상 대상 심사는 여느 이달의 기자상 심사보도보다 몇 배 더 힘들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심정이었다. 이는 출품작 대부분이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던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원들이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저마다 고민하고 심사숙고하고 열띤 토론을 거쳐 표결을 통해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9년 만에 대상을 선정했다는 뿌듯함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