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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현장에는 언론이 없다

언론통제 극심…국내 방송사·연합 등 인근 국가서 취재

장우성 기자  2011.03.02 14: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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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리비아로부터 발로 차여 쫓겨나는 모습을 그린 벽화 앞에 한 소년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AP/뉴시스)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의 한 기자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뉴스 블로그에 “한국인 용병이 리비아에서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고 있다”는 기사를 인터뷰 오디오 파일과 함께 올렸다. 근거는 이를 목격했다는 한 리비아 여성의 증언이었다. 이 기사는 주영 한국대사관의 항의로 삭제됐다.

기성언론, 뉴미디어 할 것 없이 민주화 열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던 이집트 시민혁명과 달리 리비아 보도는 온갖 ‘설’만 난무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의 극심한 언론 통제 때문이다. 리비아는 이전부터 외신 기자들이 취재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나라로 꼽혔다. 취재 목적으로는 비자를 발급 받기 힘들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 탓에 ‘잠입 취재’도 불가능하다. 반 가타피 시위가 격화된 뒤로는 현장 접근이 아예 봉쇄됐다.

세계적 종군기자 크리스티안 아만포를 급파한 ABC, 트리폴리 현지 특파원을 두고 있는 BBC, 이들과 가다피 공동 인터뷰에 성공한 영국 선데이타임스를 비롯해 CNN, 아랍권 민영방송 알 아라비아 정도가 입국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언론사들의 행동반경도 극히 제한됐다. 이들은 무아마드 카다피 국가원수가 직접 선별했으며 일부 언론사들은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정부는 이들 이외 리비아에 들어온 외신 기자는 모두 불법이라며 “불법 입국한 기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알카에다 추종 세력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BBC 월드뉴스 에디터인 존 윌리엄스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온라인 칼럼에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미얀마에서 아프가니스탄, 짐바브웨, 심지어 이란과 북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최전방에서 취재했다”며 “그러나 리비아는 다른 사람들의 목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리비아정부가 인터넷을 정기적으로 차단해 그동안 위력을 과시했던 트위터, 페이스북도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 언론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집트 카이로나 리비아와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는 튀니지 등에서 리비아 소식을 전하고 있다.

KBS는 황동진 순회특파원과 김개형 특파원, 김명섭 특파원이 카이로, 튀니지에서 리비아 관련 취재를 하고 있다. MBC는 이집트 시민혁명 취재를 위해 카이로에 들어갔던 김수진 기자가 계속 남아 보도 중이며 강민구 기자를 튀니지로 보내 국경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SBS도 이민주, 이주상 특파원이 인근 국가에서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고웅석 카이로특파원과 긴급 투입된 맹찬형 제네바특파원이 활동 중이다. YTN은 이종구 기자가 카이로에서 리포트를 내보내고 있다.

카이로가 벵가지로부터 10시간 거리에 있는 등 인접국 취재도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제공받는 영상과 유튜브, 외신에 의존해 보도하는 실정이다.

KBS 보도국 한 관계자는 “리비아 한국대사관이 업무를 중지해 비자를 신청하려 해도 신청할 곳조차 없다”며 “비자 없이 입국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으나 현지가 너무 위험해 기자를 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언론사들은 리비아 정세가 시위대 쪽으로 기울 경우 입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