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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이 고운 사람, 성의돈 선배를 떠나보내며

한라일보 故성의돈 차장 추도사

한라일보 표성준 기자  2011.01.19 14: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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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성의돈 차장  
 
선배가 늘 아끼고 사랑해준 후배들이 선배와 함께한 시간, 벌써 강산이 변할 만큼 흘렀습니다. 우리의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믿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끝나리라 생각해본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까? 참으로 아쉽습니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엄격한 언론사에서 선배들에게는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후배이자 후배들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사람 좋은 선배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선배를 떠나보내야 하는 후배들의 슬픔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더없이 다정했던 남편을 먼저 보내는 형수님. 이 세상 다할 때까지 태산처럼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아빠를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 큰딸 주연이와 아들 건우. 늦둥이로 태어나 아빠의 애정이 각별할 막내딸 지원이. 무엇보다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선배의 부모님. 우리들의 슬픔이 애간장 끊어지는 선배 가족의 그 애통함에 비하기야 하겠습니까?

어제는 응급실에 후송되기 직전까지 전화를 걸어와 노동조합 운영위원회를 빨리 열어서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걱정했지요.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죄송할 뿐입니다. 한라일보 노동조합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는 문제로 혼란스러웠던 때가 지난해 1월이었습니다. 회사 경영진의 눈치를 봐야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싫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 모두가 꺼리는 자리였지요. 그러나 곱기만 한 심성을 지닌 선배는 위원장직을 제안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습니다. 선배 덕분에 한시름 덜게 됐다고 안도했지만 선배를 떠나보낸 지금 이 자리에서 돌이켜보니 더없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입니다.

어디 그뿐이던가요. 기자로서 취재도 잘했지만 탁월한 편집 능력은 오늘의 한라일보를 있게 했지요. 선배가 누구보다 공을 들여 탄생하게 된 한라일보의 편집 매뉴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후배들이 배우고 응용해 더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거라는 사실, 한라일보 모든 식구는 늘 가슴에 품고 일하겠습니다.

언제나 우스갯소리로 편집국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가던 선배. 후배들의 모자람도 넉넉한 웃음이 담긴 사랑으로 채워주던 선배. 덕분에 한라일보 편집국은 자율적이고 화목한 분위기가 넘쳐흘렀지요. 이성과 정의로 무장된 기자정신보다 사람이 갖춰야 할 사랑이 우선임을 가르쳐주려던 선배의 실천정신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몰상식과 자본권력이 판치다 보니 안위를 위해 상식을 내던지고 양심을 저버리는 이들이 주류에 올라선 세상이지만 자신보다 주변부터 챙기던 선배의 그 정신, 후배들이 그 실천정신을 되살려 선배의 못다 이룬 꿈을 잇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선배가 베푼 것 이상의 수천 배, 수만 배 사랑을 받으면서 영원한 평온과 행복을 누리고, 남은 가족들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표성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