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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초강경 거듭…멍드는 KBS

"'설마'했던 일이 상상 초월 현실화"
"다양성 인정 탕평책이 마지막 기회"

장우성 기자  2010.12.30 14: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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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기자 중징계, 노조원 60명 징계 추진, 트위터 정치활동 논란 직원 중징계, 청와대 외압설, 추적60분 불방 사태에 이은 제작진 감사 진행, 사내게시판에 경영진 비판 글을 올린 직원 징계,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사장 인사 청탁 주장, 이승만 전 대통령 특집 추진 논란, 노조 비토 인사의 보도본부장 유력설, 젊은 기자들의 집단 항의 성명 발표 등….

모두 지난 12월 한 달 동안 KBS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다른 언론사 같으면 한해 벌어질 일이 한 달 사이 벌어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는 경영진이 매사에 초강경 드라이브로 일관하는 탓이며 이 때문에 KBS의 상처가 곪아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마’ 했던 일이 상상을 초월해 나타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다수 KBS 구성원들의 말이다. 그렇게 폭발력 있는 내용은 아니었던 추적60분 ‘4대강’ 편을 내홍을 무릅쓰고 불방시킨 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김용진 기자의 경우 인사위 회부 자체도 논란이지만 가벼운 징계로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였다.

김 기자는 이전에도 몇 차례 KBS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는 외부기고를 썼으며 G20 관련 글은 오히려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사장 교체 후 탐사보도팀장에서 평 팀원으로, 부산총국에서 다시 울산총국으로 전보되는 등 연달아 ‘박해’를 받은 인물에게 다시 중징계를 내리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새 보도본부장도 ‘설마’ 했던 인물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을 불렀다. 보도본부장 후보로는 K씨와 두 명의 L씨, B씨 등 4명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중 보도국 고위 간부를 지내면서 후배 기자들과 마찰이 잦았던 K씨가 유력하다는 설이 지지난주 빠르게 확산됐다. 논란은 지난달 28일 “이정봉 현 보도본부장이 당분간 계속 맡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단 잦아들었으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기류라면 노조원 60명의 징계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태를 악화일로로 몰고 가는 경영진의 연이은 초강수 배경에는 김인규 사장과 그를 둘러싼 고위 인사들의 잘못된 상황 인식이 있다는 KBS 내 의견이 많다.

최근 김인규 사장과 친분이 있는 외부 방송계 인사를 만났다는 KBS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을 알고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인 사람인데도 ‘요즘 보도를 비롯해 KBS가 하는 것을 보면 지나친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심하다’고 하더라”며 “특보를 했다는 결함이 있었지만 KBS 선배고 방송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로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일부 구성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사장은 지금 한쪽 편향의 구성원들과만 소통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목소리가 김 사장에게 전달이 제대로 안 되거나 전해지더라도 자기 합리화를 하며 넘긴다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던 취임 일성이 갈수록 무색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BS 사정에 밝은 한 방송계 인사는 “김 사장의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초강수를 거듭해 어려운 지경을 만들고 있다”며 “KBS가 권력 중심부를 비롯해 안팎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내부 신망이 부족해 과잉 충성으로 만회하려는 ‘돌쇠형’ 인사들이 주변에 주로 포진해 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이 인사는 “김 사장은 애초 공언했던 대로 회사 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탕평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강한 것은 결국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길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