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KBS, 저널리즘이냐 프로파간다냐"

정직 처분 김용진 기자 사내게시글서 회사 비판

장우성 기자  2010.12.27 12:23:50

기사프린트


   
 
  ▲ 김용진 기자  
 
회사의 G20 관련 보도 내용을 비판하는 외부기고를 썼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은 김용진 KBS 기자가 사내 게시판에 회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용진 기자는 24일 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G20, 정직 4월, 그리고 WSJ’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디어오늘 기고문에서) G20의 과다 편성과 홍보 일변도의 방송 내용은 KBS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며 김인규 사장에게 진정으로 옛 주군인 MB를 위하는 길이 뭔지 생각해보시라고 충언을 드렸으나 돌아온 것은 정직 4개월”이라며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용진 기자는 “이번 징계를 지시하고, 결정하고, 실행한 자들이 이번 징계를 통해서 그 누군가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것은 성공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만약 이번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KBS 내 현업자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 의도했다면 그것만큼 가소로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지금 KBS 현업자 대다수는 민주화의 세례를 받은 세대이며 5공에 부역하고서도 공영방송 운운하며, 권력에 의탁해 KBS에서 단물을 빨아먹던 세대와는 다른 인류”라며 “망조(亡兆)라는 말이 있다. 망징패조(亡徵敗兆)의 준말이다. 수많은 직원들을 상대로 징계라는 칼을 망나니 칼춤 추듯 휘두르는 모습에서 망조를 본다”고 썼다.

그는 “‘자장면 61억 5천만 그릇’,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등의 유치찬란한 선전문구 등으로 가득 찼던 KBS 화면들. 이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인가?”이라고 반문하며 “나는 ‘미디어오늘’에 이것을 프로파간다라고 썼다”고 밝혔다.

또한 외부기고 후 한 매체 기자와 인터뷰에서 “혹시 이 기고문 때문에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 KBS가 그 정도로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5월 불방된 지방자치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일부 자료를 협조해준 울산지검 고위간부도 “지역 사회에서 KBS가 이것을 방송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나 “KBS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이라고 웃어넘겼다는 사례도 덧붙였다.

김 기자는 “지금 KBS 경영진의 행동양태를 KBS에서 24년이나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외부의 검사나 타사 기자보다 더 예측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라며 “그것은 KBS가 그래도 아직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라고 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을 소개하며 글을 맺었다.

“올해의 사진 중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은 포연 자욱한 연평도 사진과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 현장 사진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히 역사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한,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던 G20 서울회의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획기적으로 올라간다던 국가신인도와 국가브랜드 가치는 포연과 화약 냄새와 유리창 깨진 국회의사당의 난투극 이미지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런들 현 권력이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 이번에는 주류 언론과 함께 안보 게임을 즐기며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향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매 놓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순 없다. 최근 긴급조치 1호와 조선일보 방응모의 친일행각에 대한 법적 판단을 보라. 공영방송 KBS가 ‘저널리즘’과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