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에는 이러한 속내가 담겨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민주당 등 야당 의원 85명이 낸 미디어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기각 결정했다. 요약하면 미디어법 국회 통과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건 사실이나 헌재가 국회의장에게 이를 바로잡을 책임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종편 추진을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단호하다. 이에 비해 헌재 심판 청구인이었던 민주당은 어정쩡한 입장이다.
미디어행동이 성명에서 밝힌 대로 시민단체들은 “국회는 스스로 저지른 위법·위헌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입법부의 권위를 회복하는 노력에 나서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강조한다. 사업자 신청 접수 마감일인 1일에는 방통위 앞에서 ‘종편 접수 규탄 기자회견’도 연다.
이제 관건은 야당, 특히 민주당의 의지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이 미디어법의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얼마나 공세를 취할지에 달렸다는 말이다.
상황은 녹녹지 않다.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대포폰 및 민간인 사찰 논란 등 각종 현안도 산적해 있다.
방통위의 계획대로 올해 안에 새 방송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일종의 ‘실효적 지배’ 효과가 생기게 돼 이를 되돌리기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야당 일부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을 근거로 방통위의 사업자 선정 작업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법도 거론했으나 힘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답답한 상황이 됐다”며 “당도 이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차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후 소극적으로 기울었던 민주당이 갑자기 불을 댕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차 청구 뒤로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새 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검증하고, 선정 뒤 정부가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혜성 지원책을 제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판결에서 의견이 달랐던 재판관들도 2차 판결에서는 사실상 법 통과 과정의 하자를 인정한 셈이어서 두고두고 정치적 시빗거리로 남을 토대를 제공했다.
어느 곳이 사업자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높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메이저 신문사 세 군데 모두 사업권을 주면 당연히 정치적으로 시끄러워지지 않겠느냐”며 “정부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