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1994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기자제를 처음 시행한 이후 여러 언론사들이 이 같은 제도를 잇달아 도입했다.
그러나 전문기자제가 우리 언론환경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정착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중앙은 당시 약 16명의 각계 전문가를 전문기자로 선발했으나 적잖은 수가 빠져나간 상태다.
이렇다 보니 전문기자들이 느끼는 위상과 입지는 불안하다. 관련 분야의 이슈가 한 번 휩쓸고 갈 때뿐 이후엔 일선 기자들과 똑같이 속보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로 되돌아간다.
특히 전문기자들의 전문성을 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국민일보 한겨레 등 주요 신문사들은 1~2년 주기로 전문기자들에 대한 자격경신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취지는 사내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한편,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적을 평가할 때 단순히 기사량만 가지고 평가할 경우 오히려 제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한 기자는 “단순히 기사량 등 실적만 가지고 전문성을 평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며 “후배 기자들 역시 부장이나 국장 등이 될 수 없다는 자체가 인사상 불이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원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상명하달’식 조직문화도 전문기자들의 입지를 줄어들 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전문기자들도 특정 부서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후배 데스크한테 지휘를 받아야 할 입장에 처할 때가 있다.
고유 영역을 인정받아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탈이 없지만 데스크 혹은 회사와 특정 사안을 놓고 상충됐을 때 전문기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SBS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는 회사로부터 후배가 편집국장이 됐기 때문에 지휘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논설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또 한겨레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는 지난해 11월 삼성 문제에 대한 회사의 대응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문기자 보직을 사퇴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문기자들의 외부 강연 등 외부활동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한 전문기자는 “사내에서 외부활동을 권유하지만 담당 데스크는 본업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며 “아직까지 사내에 전문기자의 활동을 규정하는 제도가 없다 보니 데스크와 갈등의 소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출입처에 나오는 스트레이트 기사 역시 전문기자들이 챙겨야 할 몫이다.
편집국 인력이 급감하면서 전문기자들의 역할이 분석·해설기사 외에 출입처 단신 기사 역시 챙겨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내에서조차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신문사의 경우 전문기자제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 심지어 선임기자제도를 함께 시행하면서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종합일간지의 경우 전문기자를 인사하는 데 내부 심사도 없이 선발해 기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기자제가 현 언론 시스템에서 과부화가 걸리는 것은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전문기자는 “양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또 다른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전문기자제도를 낭비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특정 사안이 없을 때는 출입기자와 전문기자들 간 콘텐츠 질의 차이가 거의 없고 오히려 지시를 내리는 데스크 입장에선 일반 출입기자가 편하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