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언론보도로 나타난 정부발표 모순점
“천안함 사건은 양파”라는 비유가 나돌고 있다. “껍질을 까고 까도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번 국정감사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국감과 언론보도를 통해 북한 연어급 잠수정과 버블제트 물기둥의 존재, 폭약성분을 근거로 한 북한 어뢰 추정은 미궁에 빠졌다.
최근 언론보도로 밝혀진 정부의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전력화 이전 단계 판단’ 문제는 특히 논란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조차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북 연어급 잠수정을 사고 당일 오전까지도 시운전 중인 ‘전력화 이전 단계’로 판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내일신문 22일,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 연어급 잠수정은 올해초 평양인근 선박 건조시설에서 만들어져 3월 서해 남포기지로 이동했다. 합참이 지난 2월8일 낸 ‘대침투정보판단’이라는 책자에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연어급이 건조·의장중”이라고 나와 이를 더욱 뒷받침했다. 사고가 난 3월26일 오전 ‘일일정보판단’으로 “연어급이 시운전 중”이라는 정보가 천안함까지 전달됐다. 국방부 정보본부는 사고 발생 한 달 후 4월27일 발간한 ‘북한해군전투서열’에서 연어급을 해상침투세력에서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삭제 20여일 뒤인 5월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연어급이 백령도 근해에 우회침투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방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연어급이 천안함을 공격한 게 맞다면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 꼴이다. 정부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애초 정보가 옳았다면 연어급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덩치가 큰 상어급이나, 연어급보다 작은 소형 잠수정은 서해에서 기동이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연어급까지 불확실해지면 어뢰를 쏜 발사체를 특정할 수 없게 된다. 국방부는 25일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일부 기자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군사기밀”이라며 공식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연어급 잠수정의 존재는 흔들렸다. 폭, 배수량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모호했다. 정부가 국감에서 밝힌 연어급 잠수정 제원은 길이 30m, 폭 3.5m, 배수량 1백30t이다. 정부는 이것이 ‘국제사회통용기준’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군사전문서적 ‘제인연감’에는 연어급의 폭이 2.75m로 나와있다. 배수량도 큰 차이가 난다. 폭 3.8m 인 상어급이 3백t이고, 연어급보다 작다는 이란 가디르급 잠수정은 연어급과 같은 1백30t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통용기준’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인 셈이다.
사고 현장에 버블제트 물기둥이 발생했는지도 불분명해졌다.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백령도 초병 진술 왜곡 의혹을 제기한 천안함조사결과언론보도검증위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정부 해명은 “초병 진술뿐 아니라 물을 봤다는 생존자 진술, 천안함 견시병 뺨에 물방울이 튄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물방울이 높이 1백m에 이르는 물기둥의 근거라는 건 더 군색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물기둥이 없었다면 어뢰폭발 버블제트 때문에 천안함이 절단돼 침몰했다는 분석 또한 힘을 잃게 된다.
천안함에서 발견된 폭약성분도 해명이 미약하다. 정부는 애초 보고서에 폭약성분 HMX는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베크만방식’으로 생산된다고 발표했으나 왜 천안함 함체에서 이 성분이 압도적으로 많이 검출됐는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국감에서 밝힌 ‘천안함 급속 유턴’도 불분명한 대목이다.
연어급 잠수정과 버블제트 물기둥의 존재, 폭약성분의 증거력 또한 불확실하다면 북한 어뢰 격침설 또한 근거가 줄어든다. 폭발원점과 스크루 변형 원인, 어뢰 흡착물질 의혹 등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회 천안함특위를 재가동하거나 국정조사를 실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