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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민노당 '북한 3대 세습 비판' 공방

민노당 '절독선언' VS 경향 '전략적 판단 자제'

김창남 기자  2010.10.11 1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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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일자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사설을 둘러싸고 경향신문과 민주노동당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양측 간 갈등은 북한의 3세 세습을 놓고 경향신문이 이날 사설에서 “민노당이 입장을 바꿔 진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한 것에 대해 민노당은 사설에 반발, ‘경향신문을 절독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서 비롯됐다.

경향은 사설에서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이다. 한국의 진보세력이 그렇게 냉전시대에 갇혀 있는 한 냉전적 보수세력의 발호를 차단하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 김창현)은 지난 4일 경향신문 영남본부장 앞으로 보낸 절독 통지문에서 “경향신문은 이 사설을 내면서 민노당에게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할 것을 종용하고,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통보했다.

이후 경향 이대근 논설위원은 7일 ‘북한 3대 세습비판이 내정간섭? 오리엔탈리즘?’에서 “평소 북한에 대해서만은 그렇게 정통하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다가도 북한에 관한 부정적 소식만 나오면 갑자기 알 수가 없다고 불가지론을 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무조건 비판하지 않는다고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항변이 무슨 반론이라도 되는 건가요. 질문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글 전문.  
 
이에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8일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 마디만 해보라고?’라는 글을 통해 “진보가 왜 비판하지 않느냐. 제대로 말 못하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북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민주노동당에게 경향신문이 내세운 논리”라며 “보수정당과 대다수의 언론이 비이성적인 국가라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난을 쏟아낸다. 이 시점에서 진보정당까지 북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덧붙여 갈등 상황을 더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보안법 법정 안의 논리가 일부 변형되어 진보언론 안에도 스며들어 온 것이 안타깝다.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다. 이것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향 이대근 위원 재반론 글.  
 
이에 대해 경향 이대근 논설위원은 10일 재반박 글에서 “이 대표께서는 3대 세습을 비판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남북관계 악화,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며 “그런 문제는 충분히 걱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말을 하는데 사이가 더 좋아질리는 없겠다”고 밝혔다.

또 이 논설위원은 “3대 세습에 관해 가치가 있는 견해는 오직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것뿐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라며 “바라건대 민노당이 북한 지배세력의 이익 보다 남한 시민들의 이익, 북한 사람들의 이익을 더 중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측의 공방에 이어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도 진보 지식인 간 공보도 한창이다.

진보논객인 진중권씨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정희 대표의 변명을 읽고’라는 글에서 “외교적 관계를 위해 체제 비판을 삼가자는 것은 오류”라며 “외교는 외교, 비판은 비판, 비판하면서 외교할 수 있다. 더구나 민노당은 외교부나 통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경향의 민노당 비판은 진보판 색깔론’이란 글에서 “경향에게는 북한의 권력세습을 당장 비판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만 있었지, 남북관계의 앞날을 헤아리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모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