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프레시안 기자 박세열과 시사만화가 손문상이 '체 게바라의 모토사이클 다이어리'의 여정을 따라 무작정 남미 여행길에 올랐다. 에르네스토 게바라(체 게바라)와 의대 선배 알베르토 그라나도처럼. 그리고 그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4백 페이지 분량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뜨거운 여행-체 게바라로 난 길'은 일반 여행서적의 관례를 따르지 않는 지구 정반대편의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들이 이루고 사는 사회의 내밀을 다룬 책이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주엘라, 쿠바 등의 절경이나 음식, 풍토가 아니라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이 느낀 소회를 잔잔하게, 때로 재치있게 풀어낸다.
그러나 일반 여행서적보다 재미와 감동은 더하다. 아르헨티나 여행 중 대통령궁 앞에서 정상회담차 방문한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를 향해 "에보! 에보! 에보!"라고 외치는 군중의 대열 속에 끼기도 하고, 체 게바라를 1969년(게바라가 세상을 뜬 뒤다)에 만나봤다는 노인의 황당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칠레의 노천 구리광산 추키카마타에서 게바라가 느꼈을 회한에도 잠긴다. 그렇다면 그들은 체 게바라가 지나간 길을 따라 걸으며 무엇을 얻은 것일까.
저자 박세열은 70일간의 남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체 게바라를 안고 떠난 여행에서 체 게바라를 분실한 것 같았다. 실눈이 떠진 것은, 여행에서 보낸 시간만큼 길어진 수염을 붙이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였다. 엄청난 촛불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 요컨대 내 여행의 종착지는 쿠바가 아니라 광화문이었고, 분실한 체 게바라를 그곳에서 다시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