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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쌓아 만든 담장에 우리의 숨결이 있습니다"

[시선집중 이 사람] 꽃담과 숨바꼭질 13년, 이종근 전민일보 문화교육부장

김성후 기자  2010.06.30 14: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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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자경전 꽃담.  
 
꽃담 찾아 삼만리. 이종근 전민일보 문화교육부장은 꽃담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13년째 누비고 있다. 그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꼭꼭 숨어 있던 꽃담을 찾고, 꽃담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있는 사연을 끄집어낸다.

기자 초년시절부터 지역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던 그가 꽃담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무렵. 한옥이나 한식 등 널리 알려진 것 말고 세계에 알릴 만한 문화유산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꽃담과 만났다.

그가 보기에 우리네 담은 집을 안팎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열린 공간이다. “흙으로 쌓아 만든 담에 돌이나 기와를 섞어 쌓아서 여러 가지 색과 함께 글자나 무늬로 치장한 담을 꽃담이라고 불러요. 하늘과 맞닿은 곳에 한국의 문화가 살아 있는 셈이죠.”



   
 
  ▲ 전주 한옥마을 최부잣집 꽃담.  
 
그가 발품을 팔아 확인한 꽃담만 전국적으로 70여 곳.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 충남 예산의 이남규 고택, 전북 고창의 김성수 별장, 전남 장흥위씨 고택, 경남 쌍계사 국사암 등을 돌아봤다.

꽃담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찾아가지 않으면 시멘트 담과 아파트에 밀려 하나둘 사라지고 없다. 있다 하더라도 전북 임실의 녹천재처럼 건물 벽에 숨어 있다. 그래서 그는 꽃담 찾기를 숨바꼭질에 비유했다.

그는 꽃담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책 2권을 냈다. 2008년 ‘우리 동네 꽃담’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4월 ‘한국의 옛집과 꽃담’을 냈다. 그가 발품을 찾아 확인한 궁궐, 대갓집, 시골 고샅길의 담장과 굴뚝 등을 돌아보며 사연을 찾아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냈다.

예사롭지 않은 글쓰기는 남다른 한문 실력도 한몫했다. 한문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전주 향교와 화순 도남재에서 무릎을 꿇고 한자를 배웠다고 한다. 벽화형 꽃담이 아름다운 전북 익산의 김안균 가옥을 찾을 때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는데, 비문을 해석해줬더니 언제든 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저술은 이뿐만 아니다. ‘온 고을의 맛, 한국의 맛’ ‘전북문학기행’ ‘전라도 5일 장터’ ‘전북의 축제’ ‘한국 문화의 집 바로보기’ ‘주민자치센터 운영의 길잡이’ ‘명인명장-이태백 사오정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등도 발간했다.

지난 4월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0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다큐멘터리부문 대상을 받았다.



   
 
  ▲ 운강고택 꽃담.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그의 경력도 예사롭지 않다. 기자를 중간에 관두고 2000년부터 3년간 전주시 문화의 집 1호인 ‘진북문화의 집’ 관장을 지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기자들이 생각하는 문화와 현실 속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 경험을 살려 2005년부터 ‘한국문화 스토리텔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이 손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하루 2천여 명이 방문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그는 요즘도 주말이면 떠난다. 굳이 꽃담을 찾을 목적이 아니더라도 시골 장터, 고갯길 등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이종근 부장은 “현장 답사, 뼈를 깎는 아픔과 고통이 없는 글은 생명력이 없다”며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