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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설명회에서 참석 언론인이 합조단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천안함 검증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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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의 질문 범위가 너무 넓어 핵심이 흐려진다. 사고 지점에서 북한 어뢰 추진동력장치가 수거됐다. 선체에서 폭약 성분인 HMX, RDX와 TNT 등이 검출됐다. 이 어뢰 동력장치는 북한 어뢰 설계도와 일치했다. 이게 ‘팩트’의 핵심이다. 나머지는 보충 근거 정도일 뿐이다.”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29일 언론단체 대상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이는 합조단의 문제의식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발견된 어뢰에 몰두한 나머지 그 밖의 여러 가지 근거 자료에 대한 분석은 소홀했다는 것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의 지적이다. 또한 핵심 증거라는 폭약 성분, 어뢰 잔해의 증거능력도 속 시원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진파·음파 적극적 검증 안해합조단은 폭발 당시 발생한 지진파와 음파를 적극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천안함 침몰의 의문을 풀 가장 과학적이고 정확한 자료로 주목돼왔다.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지진파와 음파가 폭발원점을 특정하는 근거자료로 쓰였는지 등을 묻자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조단에 지진파 전문가도 없고 그리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보고서가 청와대 상황실을 거쳐서 합조단에 참고자료로 전달됐는데 당시 혼란스러운 시기라 실무자가 챙기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윤덕용 합조단장은 “미군 쪽에 관련 팀이 있어 전문가 몇 명이 비공개 토론을 벌인 적은 있다”고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폭발 31초 뒤 탐지된 지진파에 대해서는 가스터빈실이 떨어져나가는 소리이거나 함체 내부의 충돌 소음으로 추정했으나 “분석을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발표 당시 어뢰 설계도 없었다북한 어뢰 설계도에 대한 의문점도 증폭됐다. 합조단은 지난달 20일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어뢰의 설계도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표 때 공개된 설계도면은 합조단이 적시한 ‘CHT-02D’ 어뢰가 아니라 다른 북한산 어뢰인 ‘PT-97W’였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어뢰 설계도 등이 담긴 책자(카탈로그)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몇 장의 인쇄물이며 여기에는 설계도가 없다고 밝혔다. 설계도는 인쇄물과 별도로 있는 CD 안에 저장돼 있다는 것이다.
스크루에서 손상 흔적 발견평택 해군 제2함대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현장 설명회에서는 스크루의 변형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심하게 휘어진 오른쪽 스크루는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5개의 날개에 모두 크고 작은 파손 흔적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합조단은 이날 오전 설명회에서는 “스크루가 충돌로 휘었다면 국부적인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발견된 것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합조단 측은 현장에서 “선체 거치 도중 일부 손상이 생겼고 해저에서 관성력과 탄성력이 동시 작용하면서 날개끼리 충돌해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으나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피격 후 기어박스가 멈춰 급정지한 스크루에 물의 관성력이 작용해 휘어졌다는 게 합조단의 설명이었으나 갑자기 ‘탄성력’이 등장해 현지 방문한 언론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왼쪽 스크루가 많이 휘어지지 않은 것은 오른쪽보다 천천히 정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휘어진 스크루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 못했다”고 답했다.
어뢰 잔해에 왜 폭약 성분 없나함체에서 RDX, HMX, TNT 등 폭약 성분이 발견됐는데 어뢰 잔해에는 전혀 없느냐도 언론단체들이 제기한 의문점이었다. 더구나 어뢰에 많은 양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남아 있는데 폭약 성분만 날아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다.
합조단 측의 해명은 이렇다. “어뢰가 물에 오랫동안 잠겨 있다 보니 폭약 성분이 녹아 전혀 검출이 안됐다. 선체에서도 화약이 나온 부위는 외부 노출이 덜해 유속이 차단된 곳, 흡착이 잘되는 곳이다. 선체에서도 알루미늄 산화물은 많이 검출됐지만 화약은 극소량이 나왔다.”
그러나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이 어뢰가 몇 년 전에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어뢰에서 선체와 같은 성분의 화약이 검출돼야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합조단은 “현재 기법 수준으로는 검출이 어렵고 이후 발전된 기법이 나온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알루미늄 산화물 입장 변화선체와 어뢰 잔해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던 입장의 변화도 확인됐다.
합조단은 “XRD(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에서는 산화알루미늄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상세히 보니 흔적이 발견됐다”며 “토파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실험했더니 함량이 0%에 가까운 양이 검출됐으나 큰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애초 X선 회절기 분석 결과 수중폭발실험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왔으나 천안함 선체와 어뢰 잔해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폭발에 의해 산화물이 완전히 연소된 것이므로 어뢰 폭발에 의한 침몰의 증거가 된다고 제시한 바 있다.
‘1번’ 잉크 북한산 입증 어려워어뢰 추진체 부분에서 발견된 ‘1번’ 글자는 북한 것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조단 측은 1번 글자가 청색유성매직으로 쓰인 것이며 색소는 ‘솔벤트블루5’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런 성분을 가진 제품이 사용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합조단은 “북한에서 잉크시료를 수입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북한산으로 결론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뢰 잔해에서 윤활유가 검출됐는데, 윤활유가 다 연소되지 않고 남아 있다며 “고열에도 불구하고 1번 글자가 선명히 남아 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뢰가 선체보다 더 부식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문점에 대해서는 규명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합조단 측은 “육안 검사에 의하면 부식된 지 1~2개월 정도로 추정된다”면서도 “재질도 그렇고 부식층 두께가 유사해야 기간 추정이 가능해 어려운 점이 있다.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폭발원점과 31초 뒤 함미가 침몰한 지점의 TOD(열상관측장치) 상 방위각이 6도 벌어져야 한다는 언론단체의 지적은 합조단도 인정했다. 합조단은 “폭발원점을 다시 환산해본 결과 7.5도 정도 벌어졌다”며 “언론단체가 추정한 TOD 초소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달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