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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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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론 상황에서는 절대로 보도하지 못한다. 언론계의 의식 있는 기자들이 달라붙지 않으면 보도가 통제될 게 뻔하다.”
20일 정부과천청사 내 환경부 기자실에서 열린 ‘서울시의 청계천 자연복원 허위 홍보’ 관련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동료들에게 공동취재·보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청계천 복원신화가 허구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음이 통렬하게 드러났지만, 기자 혼자 단독으로 취재·보도할 경우 4대강 사업 문제와의 연관성 등으로 기사가 파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이번 사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취재한 한 방송사 기자는 정작 보도를 하지 못했다.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큐시트에서 제외된 것이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 기자들도 보도하지 못했다.
국민일보 등이 엠바고 해제시점인 23일 오후 8시 당장 인터넷판 탑 기사로 처리할 만큼 기사감으로 충분했고 정황 증거도 뚜렷했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취재·보도를 하면서도 기자들은 보도가 안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다. 이번 일은 언론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면서도 ‘작은 희망’이기도 하다. 일부 깨어있는 기자들의 기지와 기개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진실이 보도돼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앞서 환경부는 기자실 브리핑을 통제하며 “기자실은 정부정책 공보 및 홍보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우리는 정부 보도자료나 받아쓰는 필경사가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시절이 하수상하다.
비판적 저널리즘이 신음하고 있다. 비판적 언론인들도 앓고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 강토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떤가. 분투하는 환경부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