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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장은 KBS 손병두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기업인 출신이다. 양대 방송사에 기업인 출신이 이사장에 임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4일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된 김재우씨(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장면.(방송통신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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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공공성 훼손 우려 …“급변하는 방송 환경 적임” 시각도“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방법은 다른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에 있지 않았지만 다른 눈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신임 이사장이 지난 19일 이사장으로 선출된 뒤 처음 내뱉은 말이다.
‘방송 문외한’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기업인 출신이다. 1967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삼성물산 특수사업본부장, 삼성중공업 건설중장비사업본부장, 삼성항공 KFP산업본부장을 거치는 등 1990년대 중반까지 30년 가까이 삼성에서 일했다.
이후 벽산건설 사장, 벽산건설 부회장을 거쳐 아주그룹 건자재사업부문 부회장을 역임했다.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방송국과 인연이 없던 그가 어떻게 MBC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장 자리까지 올랐을까.
이에 대해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지만 MBC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1년 후배,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통령과 같은 동종업계에 종사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색을 덜 타는 기업인 출신이라 시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 이사장에 기업인 출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손병두 KBS 이사장도 재계 출신이다. 손 이사장은 삼성 회장비서실에서 1972~81년 9년여 동안 과장·차장·부장·이사로 근무하며 신규 사업과 전략, 사원 연수 등을 담당했다. 이후 동서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냈다.
방문진과 KBS 이사장에 재계 출신이 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언론학자나 언론인 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CEO 출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현직 그룹 회장이 유수의 대학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마당에 재계 출신들이 방송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지상파 방송의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재계인물 영입을 촉진하고 있다. 케이블·IPTV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은 하락하고 있고, 방송광고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내년부터 종편이 가세하면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방송환경이 급변하면서 지상파 방송도 경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최근 상황과 기업인들의 방송계 진출이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익성, 공공성 실현을 최고 가치로 두는 방송에 효율성,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기업인 마인드는 충돌한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전파는 국민의 재산으로, 상업적 이윤창출의 대상이 아니다”며 “방송 콘텐츠는 획일적인 지시로 만들어지는 규격 상품이 아니며, 효율성으로만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CEO 출신 이사장이 경영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견이라는 지적이다. CEO 출신이라는 이미지만으로 과대평가된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을 안다고 방송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면 비생산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방송 시장 판도 변화는 굳이 경영전문가가 아니어도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민하는 일”이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청와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이사장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얼마나 살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