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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넘어 '전쟁'까지 거론

중앙 언론사 선거보도 분석

장우성 기자  2010.05.26 13: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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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공동단장이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를 가리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바람몰이·여론조사 확대·소수정당 홀대
선거보도 악습 되풀이 …“국민 불안 가중”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선거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유권자에게 “정책과 공약을 비교해 보고 자질을 따져 진정으로 주민 모두를 위해 헌신할 적임자를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책선거가 아니라 ‘바람’(風) 선거가 되고 있다. 이는 정책 경쟁보다는 ‘바람’ 전략에 의존하는 정당에도 원인이 있으나 이를 중계 방송하듯 보도하는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밖에 여론조사에 대한 확대해석, 소수 정당에 대한 홀대 등 과거 선거보도에서 지적됐던 폐해가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조선, 군사적 조치 등 강조
일부 언론을 통해 ‘북풍’을 넘어 터부시돼 왔던 ‘전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지방선거 보도가 압도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3일자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이란 제목의 ‘시시각각’ 칼럼에서 “참화를 생각하면 반전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나 문제는 전쟁을 피하는 방법”이라며 “역사는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 위원은 “제한적 무력응징을 배제하는 목소리 중에는 국가의 전쟁능력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제로 공군은 모형으로 만든 북한 장사정포 요새의 입구를 정밀유도폭탄이 때리는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우리 군의 대북 군사력 우위를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가 폭탄으로 개발됐는지도 의문”, “북한 생화학무기나 특수부대도 국민이 단결하면 대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김 위원은 “‘만약 북한이 도발해도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지난해 10월 23일자 전시작전권 조기 반환을 반대하는 사설에서 국방부 국정감사 결과를 근거로 “기갑사단 전환 작업에 차질이 있었고, 유류비용이 부족해 공군의 훈련시간이 크게 줄었으며, 우리 수도권을 겨냥하는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에 대응한 우리 군의 전력과 훈련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핵무기와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 10만에 달하는 특수전 부대를 보유한 북한군에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충분한 대처능력을 갖추는 데는 2012년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일보도 21일자 사설에서 “무엇보다 준엄하고 엄중한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다시는 이번과 같은 도발을 저지를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단호하고 실질적인 방안들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일부 언론이 거론하는 군사적 응징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확고한 입장 등을 볼 때 현실 가능성이 낮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역행할 수 있다”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자칫 우발적 상황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언론보도는 정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보 이슈 등 ‘바람’ 보도 속에 정책 선거는 다시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선거가 국가적 이슈로부터 유리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방선거 고유의 정책적 이슈를 천안함 등의 사안과 최소한 균형을 맞춰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수정당 “기회조차 배제당해”
진보적 언론 사이에서는 역으로 ‘북풍 차단’과 ‘노풍’이 지방선거 보도를 앞서가는 모양새다. 또한 보수적 언론들과 프레임 경쟁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명저 ‘프레임전쟁’을 국내에 소개한 나익주 전남대 영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북풍’ 안보 이슈를 포함해 ‘선진화’ 등 보수언론이 선점한 이슈에서 진보언론이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바람몰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수 정당, 군소 후보들이다. 주요 단체장 선거보도의 경우 대부분 한나라당과 야권 단일후보 간의 양자 대결로 부각되고 있다. 한 언론사의 중견 기자는 “뉴스 가치 상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후보와 정당을 중심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 풍토 속에서는 소수 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북풍’ ‘노풍’ ‘야권 단일화 바람’ 속에서 후보들의 일반 동정까지도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는다”며 “언론보도에서 소외되면서 공정한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썽 많은 여론조사
각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신뢰도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적지 않다. 언론사별로 편차가 너무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한국갤럽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자체 조사연구팀에서 조사를 벌였다. 세 신문 모두 전화 면접 조사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 언론사의 서울시장, 경기지사 여야 후보 격차는 최대 20% 이상 벌어졌다.

반면 후발 여론조사를 펼친 한겨레와 아시아경제 등은 전화 면접 조사가 아닌 ARS(자동 응답 방식)를 택했다. 이들 조사에서는 여야 후보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거나 심지어 역전된 결과가 나왔다.

이같이 판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경기지사 후보에 나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진영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아시아경제 등 일부 언론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같은 논란은 여론조사 기관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일로 번졌다. 아시아경제 여론조사를 진행한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0일 “최근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조선, 중앙, 동아, 방송3사가 발표한 조사는 모두 전화 면접 조사였으나 한겨레, CBS, 아시아경제는 ARS였다”며 “양 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모두 비슷한데 야당 후보의 지지율과 부동층이 상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신문3사와 방송3사에서는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한겨레, CBS, 아경의 조사에서는 부동층이 적고 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면서 “특히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1997년 이후 ARS 방식을 쓴다”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소(소장 진수희 의원) 조사에서도 여야 후보의 격차가 조·중·동보다 낮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노컷뉴스는 21일 ‘못 믿을 교육감 여론조사’라는 기사에서 “부산 김진성 교육감 후보는 11일 국제신문 조사에서 6.2%로 1위를 차지했지만 16일 CBS와 방송3사에서는 3.6%로 7위로 처졌다”며 “무응답층은 국제신문의 경우 61.4%, 방송3사는 55%로 나와 얼마나 신뢰도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인일보도 같은 날 ‘엉터리 여론조사 보도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천시 선관위가 불명확한 여론조사를 실은 지역신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한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조사기관에 비해 너무 많이 차이나 조사기관에 문의한 결과, 해당 언론사가 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여론조사를 부각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외국에서는 여론조사를 참고용으로 권장하며 주요면에 배치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장우성,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