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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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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합동조사단이 제시한 ‘스모킹 건’은 천안함 침몰 지점 인근에서 발견된 어뢰의 추진체와 프로펠러가 북한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발표 이후에도 언론과 야당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거론되는 의혹은 줄잡아 10여 가지에 이른다. 이는 진보 매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한층 주목된다.
북한 잠수정 침투 및 도주 경로CBS 등 언론을 비롯해 야당에서도 제기하는 의혹이다. 어뢰를 쐈다는 북한 잠수정이 어떻게 백령도 앞까지 들어왔다가 나갔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추정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백령도 인근에는 천안함 외에 속초함, 성남함, 전남함 등 우리 해군 선박 10척이 작전 중이었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의하면 사고 당일 서해에서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존 매케인함과 머스틴함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최신예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 등이 한·미독수리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 직후에는 사고 지점에 속초함과 2함대 소속 링스헬기, P3C(대잠초계기)가 출동했다. 이 같은 삼엄한 작전 상황에서 북한 잠수정이 전혀 탐지되지 않은 채 우리 영해를 유린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 해양방어태세가 무용지물이었으며 주한미군이 3대를 보유하고 있는 U-2 정찰기, 미군 정찰위성도 구멍이 났다는 결론에 이른다.
합조단이 발표한 ‘모선’의 존재도 의문점이다. 합조단은 북한 소형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사고 2~3일 전 서해의 기지를 출발해 공격 2~3일 뒤 복귀했다고 밝혔다. 잠수정은 둘째 치고 해상에 있는 모선조차 우리 군은 물론 미군도 4~6일 동안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불가사의하다는 평이다.
‘1번’에 대한 갖가지 의혹북한 어뢰에 쓰인 ‘1번’은 합조단이 판단한 중요한 증거다. 2004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에 ‘1호’라고 써 있었다는 점을 비교한 것이다. 그러나 이 ‘1번’ 글자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CBS는 사진전문가들이 합조단이 공개한 북한 어뢰에 써 있는 ‘1번’ 글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1번이 찍힌 원본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글자 주변이 어뢰의 표면보다 밝게 나와 다른 재질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CBS는 “글자 주변의 색이 유독 밝은 것을 두고 녹슨 표면을 무언가로 닦은 뒤 그 위에 글자를 쓴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CBS는 익명을 요구한 한국사진학회 운영위원의 말을 빌려 “적외선 촬영이나 측면 근접 촬영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릴 필요성이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가 20일자에 보도한 “누가 봐도 북한 것이라고 알 수 있는 어리석은 일을 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처럼 북한이 이렇게 허술하게 증거를 남긴 데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훈련용 경어뢰와 공격용 중어뢰를 비교하는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며 “경어뢰와 중어뢰는 둘러싼 표피와 안의 화약성분이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실됐다던 가스터빈 엔진 발견천안함의 가스터빈실 부근 좌현 3m, 우현 9m에 이르는 부분이 완전 소실됐다는 것은 폭발에 의한 침몰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져 왔다.
가스터빈엔진의 존재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던 군은 합조단 발표 이틀 전인 18일 디젤기관을 인양했으며 가스터빈의 위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 수중에서 어뢰의 비접촉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가스터빈 조사에서 핵심적인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확실한 ‘스모킹 건’이 될 수도 있는 가스터빈의 조사가 끝나기 전에 발표를 서두른 배경이 무엇이냐는 구설수를 부른 이유다.
북한은 왜 천안함을 공격했나북한이 6자회담 재개와 식량난 해결이 절실한 최근 상황에서 왜 천안함을 공격했는지도 명쾌히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3남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천안함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으며 국내 언론은 일제히 이를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결정적 증거(Hard Evidence)나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내 언론은 평양에 상설지국을 두고 있는 미국 APTN 방송을 인용해 북한 해군 대변인이라는 박인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천안함과 같은 배를 무엇 때문에 까겠는가(공격하겠는가), 깔 필요도 없고 정치적 의의가 전혀 없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증언 불일치 등 남겨진 의혹CBS는 보통 우리말로 이름 붙이는 북한산 무기의 이름이 영문식인 ‘CHT-O2D(델타)’라는 점과 어뢰 발견 어선 선장과 합조단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아 인양 과정 촬영이 연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폭발 시 1백m의 물기둥이 발생했다는데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튄 정도라는 것도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이 정도 폭발에도 함미 절단면에서 발견된 시신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거론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침몰 장면을 담은 TOD 영상을 본 군 관계자의 관등성명까지 알고 있다”고 한 점도 논란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제기한 4월7일자 KBS 9시뉴스 보도 화면도 도마에 올랐다. 군 헬기가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옮기고 있는 당시 장면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KBS의 자료화면”이라고 했으나 박 의원은 “해당 기자가 ‘현장 촬영한 것이 맞다’고 확인해줬다”며 추궁했다. 천안함 함미와 함수가 침몰된 지점 외에 제3의 부표가 있다고 보도한 이 기사는 KBS 홈페이지에서 법적 소송 중이라며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