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인터뷰를 한 인사들이 내용이 왜곡됐다고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획 ‘광우병 촛불 그후 2년’ 때문이다. 조선은 “없는 내용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선의 신뢰도는 의심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적잖은 논란을 일으킨 이번 기획에서 조선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간추리자면 “광우병은 위험성이 거의 없다는 게 입증됐으며 2년 전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좌파세력과 일부 언론의 과장된 선동에 부화뇌동해 거리에 나섰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우선 조선은 몇 가지 확률·통계와 사례를 들어 광우병의 위험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광우병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질병이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알려진 프리온만 놓고도 세계 과학계에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치료법 개발이 요원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문제가 없다면 호주는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으며, 일본은 월령 20개월 미만의 미 쇠고기만을 수입하는 것일까. 게다가 EU는 암 발병률이 높다는 이유 하나로 호르몬제가 투약된 미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다.
1백66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던 영국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도 있다. 1993년 비키 리머라는 15세 소녀가 인간 광우병 의심 증상을 보였을 때까지도 영국 보수당 정부는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광우병의 ‘이종(異種) 간 전이’는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과학은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우리는 광우병에 절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불필요한 공포를 증폭시키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권이 걸린 문제에서 불확실성이 있다면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1992년 채택된 리우 선언은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다고 해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연기하거나 유예해서는 안된다”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비록 과학적 판명이 뚜렷하게 나지 않았어도 만에 하나라도 예상되는 피해가 치명적일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전 인류적 합의인 셈이다. 이는 광우병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우리 언론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간 광우병 발병자는 소수였다. 하지만 사회가 치러야 할 혼란, 경제적 손실은 재앙에 가깝다.
또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일부 괴담에 속은 ‘우중(愚衆)’으로 모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조선도 사설과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광우병 파동의 이면에는 정부의 졸속협상과 오만한 초기 대응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조선 역시 주장에 앞서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정부에만 잘못을 떠넘기는 것은 곤란하다. 과연 조선은 정부의 협상 과정을 냉엄히 감시했는가. 촛불시민을 이념적 프레임에 끼워 맞추려 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이 같은 협상 결과가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나왔다면 조선은 정권이 기우뚱할 정도로 혹독하게 보도했을 것이라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조선은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라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조해왔다. ‘인터뷰 불가’를 천명한 오피니언리더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각종 플랫폼에서 진일보한 기술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독자들이 정치적 지향을 떠나 “이 신문에 나온 기사라면 일단 신뢰할 만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신문만이 미래에 살아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