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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나흘간 대토론 무얼 남겼나

공영방송 의지 강한 '젊은 세대' 등장

김성후 기자  2010.05.19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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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MBC 노조 조합원 총회는 MBC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1층 D공개홀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MBC 노조 제공)  
 
조합원 기류 읽지 못한 집행부 리더십 상처
“지도·명령·동원 등 낡은 패러다임 폐기” 자성


지난 12일 3시간이 넘게 열린 MBC노조 조합원 전체총회는 파업 지속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집행부가 ‘파업 일시 중단과 현장 투쟁’ 선회 방침을 밝힌 이후 사흘간 진행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집행부 총사퇴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MBC 구성원들은 지혜를 짜냈고, 13일 표결 참가자의 과반이 파업 중단에 찬성, 39일간 계속된 파업이 끝났다. 그리고 집행부는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MBC 노조원들이 파업 중단 여부를 놓고 나흘간 진행한 난상 토론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얼마나 격렬한 논쟁이 오갔던지 구성원들은 ‘총회투쟁’이라고 명명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40여 일의 투쟁이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했듯이, 총회 또한 하나의 투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집행부 등이 주축인 노조 비대위의 ‘파업 일시 중단’ 결정은 조합원들의 기류를 흔들었다. 상당수 노조원들은 집행부 결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2000년 입사한 젊은 세대들은 “파쇼다”, “집행부와 김재철이 무엇이 다르냐”고 대놓고 비판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10일 밤 총회를 산회했을 때만 해도 ‘적당히 반발하고,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주류였다. 하지만 총회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격론이 계속 이어졌고, 사흘째부터는 집행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심지어 “집행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젊은 세대들은 일선의 의견 수렴이 없이 집행부 독단으로 결정한 파업 중단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집행부 결정이 아닌 전 노조원의 의사를 물어야 하고, 그러기에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중단 결정을 내린 집행부의 리더십은 상처받았다. “현장에서도 싸울 수 있다” “분열하면 안된다”는 일부 선배들의 중재도 큰 울림을 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이근행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는 총사퇴했다. 논란을 정리해야 할 집행부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왔다. 하지만 사퇴 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MBC 한 PD는 “노조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근행 집행부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집행부가 없는 상태에서 노조원들은 투표 대상자 8백51명 가운데 6백3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파업 중단을 결정했고, 집행부 재신임을 결의했다. ‘집행부 총사퇴로 노조가 위기에 빠져선 안된다’는 명제 아래 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재신임을 수용하면서 나흘간 진행된 조합원 총회는 막을 내렸다.

나흘간 대토론은 세대별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젊은 세대들은 지도부 지침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하지 않았다. 과거 선배들이 보였던 ‘지도부 아래 일치단결’ 등의 기치는 젊은 노조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 요구에 흔들렸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지도와 명령, 동원의 패러다임은 노조원들로부터 폐기당했다”고 말했다.

전술상 파업을 접어야 한다는 논리가 횡행할 때 젊은 사원들은 ‘아직 더 싸워야 하고, 싸울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MBC를 지키는 건강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다.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을 훼손한 주범으로 각인되면서 ‘PD수첩’ 폐지 움직임 등이 발생할 경우 파업은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MBC 한 기자는 “나흘간 대토론을 거치면서 공영방송 MBC를 사수하겠다는 구성원들의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며 “파업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지만 MBC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에너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