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KBS가 국민의 사랑을 받은 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22일 MBC 노조 파업이 18일째를 맞았다. 이날 오후 여의도 MBC 1층 로비에서 열린 사내 집회에 노조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노조원들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엄 위원장은 “MBC 파업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녹록지 않다. 더 한 사람이 올 것이다. 지난한 싸움이다”고 말했다.
정연주 전 사장이 물러난 뒤 KBS에 있었던 사례를 들며 “MBC도 사람을 솎아내고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꾸는 수법 등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KBS의 경우)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시사기획 쌈’과 ‘미디어포커스’의 이름이 바뀌면서 권력에 대해 쉽게 무너졌다”며 “‘PD수첩’도 ‘PD생각’ ‘PD일기’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야금야금 저항력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싸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동료와의 연대라고 밝혔다.
그는 “파면되고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전출되는 동료를 보면서 미안함이 들었고, 그 미안함 때문에 노조 일을 하게 됐고, KBS 새노조도 설립하게 됐다”며 “따뜻함, 함께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면 질기게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위원장의 격려사가 끝난 뒤 노조원들은 20일 방송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을 다시 보면서 공영방송 수호 의지를 다졌다.
오상진 아나운서와 함께 집회 사회를 본 최현정 아나운서는 “파업의 와중에 ‘PD수첩’이 한 건 크게 했다. 파업을 열심히 하느라, 음주 투쟁 때문에 못 봤을 조합원들을 위해 방송을 준비했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에 빠뜨렸다.
한편 김재철 MBC 사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여의도 MBC 사옥에 출근해 노조와 대치하다가 40분쯤 후인 9시20분께 떠났다.
파업 이후 한동안 회사 밖으로만 돌던 김 사장은 지난 19일부터 전영배 기획조정실장, 김재형 경영본부장 등 경영진을 대동하고 매일 아침 출근을 시도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0여분 만에 돌아가던 과거와 달리 어제부터 1시간 가까이 버티고 있다”며 “노조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회사 일에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