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언론보도 관련 손해배상 청구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민형사상 명예훼손 소송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언론보도에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2008년 3백24건에서 2009년 6백99건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3월까지 3백57건에 이르러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언론중재위를 통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6백99건 중 인용된 것은 총 32건(인용률 4.5%)이다.
최근 3년간 전체 조정 신청 건수에서 손해배상 청구 비율을 보면 2007년 33.5%(349건), 2008년 34.0%(324건), 2009년 44.4%(699건)로 나타났다. 2005년 중재위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의 한 관계자는 “전체 조정 신청 건수 자체가 2008년 9백54건, 2009년 1천5백73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해 법 개정으로 포털이 중재 대상에 포함된 것이 건수 증가의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털을 대상으로 신청된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지난해 65건(총 6백99건), 올해는 1백88건(3월 현재 총 3백57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불필요한 손해배상 청구 건수가 늘어 자칫 보도 기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중앙 신문사의 관계자는 “우리 회사로 들어온 언론중재위를 통한 손해배상 청구 건수가 2009년에 전년 대비 2배가 늘었다”며 “제도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면서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 취하되기는 하지만 회사와 개인이 부담하는 물적·심리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측은 “지난해 법원이 인용한 손해배상 청구 평균액수는 2천3백78만원인데 비해 중재위 인용 평균액수는 10분의 1 수준인 2백50만원에 그쳤다”며 “중재위 절차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언론보도 관련 민형사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측은 2008년 대비 지난해 민형사 피소 건수가 소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KBS의 경우 피소 건수는 대동소이하나 최근 몇 년간 청구액 5억원 이상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수차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앙 신문사의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내는 소송 건수는 줄었으나 이익단체들의 소 제기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소송 대응 시스템은?>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곧 제기할 예정이다. 회사와 기자 개인을 연대 피고로 한 소송이다. 언론사들은 기자들의 피소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KBS는 15명가량으로 구성된 법률자문 변호사들이 교대로 보도국에 상주하며 기사에 대한 사전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별도로 운영되는 법무팀은 각종 송사에 대처하고 있다. 피소될 경우 법무팀 소속 변호사들이 사건을 담당한다.
조선일보는 ‘변호사 사전열람제’를 운영하고 있다. 상근 변호사가 사전에 기사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한다. 소송 등 법적 절차로 넘어가기 전에 분쟁이 자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독자권익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상근하는 자문 변호사를 중심으로 별도의 법무팀을 구성,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기자가 패소해도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사들은 사규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본인 과실이 현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기자 개인만 피고로 하는 경우에도 변호사 수임료, 패소에 따른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며 “이후 회사가 기자 개인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 동아일보 측도 “패소하더라도 기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KBS는 제작진이 회사에서 정한 수임료 기준을 웃도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를 원할 경우 일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시사고발 프로그램 ‘소비자고발’의 참토원 관련 소송은 제작진이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기를 원해 이같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