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MBC 내부 구성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파업을 풀어보려는 의지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회사 밖으로만 도는 행보에다 잦은 말바꾸기로 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잃어버린 김 사장이 이미 MBC 사장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MBC 한 중견 PD는 “대부분 구성원들의 마음이 떠났다”며 “파업이 끝나도 MBC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과시 회견에 구성원 분노 18일 열렸던 김재철 사장의 기자회견은 MBC 구성원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의 회견 내용을 접한 구성원들의 반응은 실망감, 참담함, 모멸감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MBC 차장급 한 기자는 “‘보도본부장이 안 된다고 했지, 부사장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황희만 부사장 임명에 대한 해명은 구성원들을 바보로 여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라며 “공영방송 수장이 저 정도 수준인지 심한 모멸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를 거부하고 징계·고소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사장은 “불법 행동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여의도에 단풍이 들고 눈이 내려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국장급, 부장급인 1984년, 85년, 87년 입사 사원들과 TV제작본부 보직부장, 기자회 등 8개 MBC 직능단체들이 잇단 성명을 통해 파업사태를 해결할 돌파구로 제시했던 황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 전 이사장 고소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MBC 한 고참 기자는 “김 사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렸다”며 “어떤 세력에 떠밀려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김 사장에 대한 사내 반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TN, MBN에도 좋은 기자 많다?” 김 사장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MBC 파업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노조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압박에 나섰고, 노조는 19일부터 천안함 취재 노조원 47명을 철수하면서 파업의 강도를 높였다.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MBC 파업 사태가 강경 진압 등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불법 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지를 밝혔던 김 사장은 19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열린 실국장단 회의에서 “YTN과 MBN에도 좋은 기자들이 많다. 제작은 외주를 주면 된다”며 노조원에 대한 무더기 징계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 집행부는 신변 변화에 대비해 예비 집행부까지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19일 열린 사내집회에서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다. 김재철 사장을 몰아내는 것 외에 그 어떤 해법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이 3주째로 접어들었지만 파업 열기는 식기는커녕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MBC 한 기자는 “노조원들의 분위기가 강경하고 참여열기도 높다”고 했고, 또 다른 기자는 “MBC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데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기자회견을 보고 파업에 대한 결심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잇단 성명으로 통해 표출된 김 사장에 대한 사내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MBC에서 신망이 높은 이우호 논설위원은 18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 선배의) 부사장 임명과 그 이후 해명은 구성원들에게 ‘조삼모사’로 느껴진다”며 “원숭이와 우리가 뭐가 다른가 하는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MBC 한 논설위원은 “김재철 사장이나 그를 임명한 이명박 정권에게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나 김 전 이사장 고소는 노조에 백기를 드는 것”이라며 “MBC 파업은 노조와 김 사장의 싸움이 아닌, 노조와 이명박 정부와 대결로 변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