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5일 오후 서울 용산동3각 국방부 지휘부 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관련 한·미 군 고위급 협조회의에서 이상의 합참의장(왼쪽)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
| |
객관적 증거 없는 ‘몰아가기’ 문제해결 도움 안돼북한연루설이 국방부의 언급과 언론보도를 통해 계속 증폭되는 가운데 실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공격이 사실이라면 그 파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 기술적 가능성 이전에 현재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의 정세상 북한이 그러한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을지가 분석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시점이고, 북한이 중국의 경제 지원을 절실히 바란다는 사실을 객관적 조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잠수정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우리 함정을 공격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북한 연루설 합리적 설명 어려워”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자회담 재개, 북중 관계, 경제상황 전반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도발은 합리적 차원에서 설명하기 어렵다”며 “객관적 증거 없이 북한의 공격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중장기적 남북관계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 남북관계 전문 기자는 “북한이 군사 공격을 했다면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하는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난리인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일부에서는 북 군부의 호전적 세력이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시나리오도 내놓는데 잠수정을 통한 공격 수준이라면 고위 지도부의 지시 없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3차 서해교전에서 패퇴한 뒤 “적절한 시기에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는 것도 이번 사건과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기자는 “북한 군부의 언술은 항상 강경하고 격한 어조이며 이런 말만 갖고 연루설의 근거로 삼는다면 지금까지 군사적 공격을 수백 번도 더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술적 가능성까지 낮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연루됐다면 정부가 충분하게 확보했을 감청, 레이더, 위성 자료 등만 검토해도 간접적인 증거가 벌써 나왔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계속 신중한 입장을 지키는 것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적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적 기술 수준을 과대평가한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 군사비 지출은 전체 재정 대비 15%에서 많게는 30% 정도로 추산될 만큼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나 최근 언론이 추측하는 첨단 병기를 보유할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임진강 방류 사고 상기해야” 지적이에 따라 북한 도발 가능성을 강조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가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 언론이 미국의 대응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이 북한 연루설에 선을 긋는 것은 나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고 당시 독수리 훈련 기간이어서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었으며, 우리 군보다 감시·통제 장비 및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국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민간인 6명의 인명 피해를 불렀던 임진강 방류 사건을 떠올려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당시 일부 언론은 북한의 수공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미군은 “사고 당시 북한 황강댐은 만수위였고 의도적 방류는 증거가 없다”며 수공설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북한 연루설 확산을 경계하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언론이 새터민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터민 중 북한 해군 전력 수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천안함 사고 계기 국방정책 검증 필요또한 언론이 북한이 공격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우리 정부와 군에 대해서도 상응한 비판 보도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안보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이렇게 무기력하다면 이것 또한 언론의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육군 편향에서 벗어나 우리 해·공군을 양성하기 위한 ‘국방개혁 2020’을 추진했지만 현 정부는 이와 반대로 지상군 증강 위주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천안함 사고를 계기로 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재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남북관계 전문기자는 “언론이 중요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북한이라는 외부 요인만 부각하면서 우리 스스로 돌아보는 데는 인색하다”며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보도가 아쉽다”고 주장했다.
서해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사고의 근본 해결책을 긴장 완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된다. 김연철 소장은 “북한의 연관성이 낮다고 해도 이번 사건의 바탕에는 서해에 엄존하는 남북의 팽팽한 군사적 긴장 상태가 놓여 있다”며 “서해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 신뢰를 구축하는 게 원천적 해결 방법이며 이런 공감대를 이루는 언론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우선이라는 전제 아래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유호열 코리아정책연구원 원장(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은 “북한이 6자회담 등 때문에 유화적 국면을 원할 수도 있으나 경제난이 야기할 내부 이완 조짐을 조기에 차단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여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며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릴 때 북의 도발로 아무도 예상 못했던 서해교전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호열 원장은 북 공격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도 “제기될 수 있는 의혹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