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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보도 가이드라인이 없다

정부 위기관리능력 부재·추측보도 악순환…'재난보도준칙' 제정해야

장우성 기자  2010.04.07 13: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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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 이후 재난 관련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국가적 재난인 천안함 사고에 대해 언론의 관련 보도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불확실한 정보에 바탕을 둔 추측성 보도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번 천안함 사고 같은 ‘대형 재난’ 보도의 경우 정확성과 신중함이 최우선 순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속보와 취재 경쟁에 치우쳐 확실한 근거가 없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사회적 불안과 국론 분열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재난 위기관리를 위한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것도 언론보도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재난문제 전문가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혼선에서도 나타나듯 일사불란하게 사고 수습과 정보 전달에 나서야 할 정부부터 정리가 안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억측과 추측 보도가 난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이상으로 사고의 재발과 피해 확산 방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보도가 소홀하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은 재해, 재난의 보도기관인 동시에 방재기관”이라는 인식이 아쉽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 보도도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 외에 자극적인 접근이나 인터뷰, 얼굴 및 클로즈업 촬영 등은 자제하는 게 선진국 언론의 원칙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천안함 보도에서도 과열 취재경쟁으로 일부 언론사가 실종자 가족에게 무분별하게 접근했던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안함 사고에 지면과 뉴스 분량을 과다하게 배정·편성하는 ‘물량 공세식 보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도의 양적 과잉과 질적 부족”이라는 것이다. 추측성 보도와 비슷한 단순 기사가 매일 엄청난 양으로 전달되다 보니 국민 불안만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군사 문제일수록 차분하게 기다리며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범언론계 차원의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연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재난보도에서는 우리나라가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여러 차례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는 재난보도에 대한 준칙 또는 지침이 마련돼 있으나 현장 기자들은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로 교양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003년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당시 초안에는 △피해상황 전달보다 향후 전개될 추가 피해 예방 및 방지 주력 △재난구조본부에서 정한 통제선 준수 △불확실한 내용의 검증 및 유언비어 발생과 확산 억제 △피해자와 가족의 프라이버시, 명예, 심리적 안정의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