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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않은 해명…김재철 사장 혼자 했을까

MBC 관계사 사장단 인사 권력기관 개입 의혹

김성후 기자  2010.03.24 13: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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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철 MBC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방송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김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동아 보도와 관련,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일괄사표 받고 이틀만에 22명 교체
내부 관계자와 협의 않고 독자 임명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을 시사한 ‘신동아’ 인터뷰 기사 파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이제 의혹의 시선은 김재철 MBC 사장을 향하고 있다. 김 사장은 18·19일 이틀에 걸쳐 “관계회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이른바 ‘큰집’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 전혀 외부에 알리지 않고 내가 한 인사”라고 말하며 권력기관의 외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말실수로 돌리기엔 너무 구체적”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의 말실수로 보기에는 인터뷰 내용이 구체적이다. 김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김재철 (MBC)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니다. 큰 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말했다. 또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갔다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라고 대답했다.

김 전 이사장이 권력기관의 외압 의혹을 거론한 인사는 김재철 사장이 단행한 19개 지역 계열사와 9개 자회사 사장단 인사였다. 김 사장은 지난 5일 관계사 사장 28명에게 일괄사표를 제출받은 사흘 뒤인 지난 8일, 김종국 전 기획조정실장을 진주와 마산 MBC 겸임 사장으로 발령내는 등 모두 22명의 사장을 교체했다.

일괄사표를 받고 후속 인사를 단행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단 이틀에 불과했다. 31년간 MBC에 재직해 내부 사정에 밝다고 해도 이런 초스피드 인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MBC 내부의 전언이다. 더구나 김 사장은 MBC 내부 관계자와 인사 협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관계사 사장단 인사를 하면 사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관계사 사장 인선 과정에 참여했다는 내부 인사가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유임 사장 모두 대구·경북 출신
임기 1년짜리 사장이 관계사 사장 22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도 의구심이 든다. 특히 임기를 1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관계사 사장단을 대규모 교체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2008년 초에 임명됐으며 2011년 2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번 인사가 이른바 권력기관에 포진한 인사들의 ‘민원 인사’였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지역 MBC 한 관계자는 “우리 사장은 지역에서만 근무해 김재철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 그가 사장에 임명되면서 청와대와 여권 핵심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지방MBC 사장단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방MBC와 계열사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가 철저히 무시됐고, 특정 지역 출신만 일부 잔류시킨 점이 청와대 개입설에 사실성을 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주·부산MBC는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사장이 교체됐다. 여수MBC도 경영상황을 크게 개선한 사장이 해임됐다. 반면 징계를 받아 해고됐던 인사가 포항MBC에, 선임자 노조 출신이 안동MBC 사장과 MBC 프로덕션 이사에 각각 임명됐다. 정흥보 춘천MBC 사장 등 유임된 지역 MBC 사장 3명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었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우룡 전 이사장의 입을 통해 드러났듯이 관계회사 임원 선임은 김재철 사장의 실체를 폭로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인사로 진정성을 보여준다던 김 사장이 정반대 인사를 통해 청와대 개입을 화끈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