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이근행 MBC노조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MBC청문회를 요구한다’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
| |
광역화 등 갈등요인 여전…대립 계속될 듯김재철 MBC 사장과 이근행 노조위원장이 단독으로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4일 낮 12시쯤. 오전 11시부터 30분간 김 사장과 독대한 이 위원장은 비대위 집행부, 부위원장단에게 면담 내용을 알렸고, 그 사실은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당일 아침까지 출근을 막았던 노조가 갑작스럽게 사장과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사실에 MBC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도 발칵 뒤집혔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사퇴시키겠다는 김 사장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예상 뒤엎은 노사 정상화 ‘반전’노사간 정상화 합의는 전격적이었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두 사람은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임명해 엄기영 전 사장이 사퇴한 계기가 된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 사퇴를 조건으로 회사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 모두 만만찮은 반발에 직면해 있다. 김 사장은 방문진과 인사 갈등을 빚고 있고, 일부 보수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 무원칙·무소신 사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 또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힘을 보탰던 시민사회단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노사가 타협한 데는 MBC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엄기영 사장 등 임원 8명의 일괄사표 제출로 인사 파동이 시작되면서 MBC는 3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였다. 미디어렙 정책, 종합편성 PP 대응, 디지털 전환 등 현안은 표류했고, MBC 구성원들의 위기감도 컸다. MBC 한 중견기자는 “명분도 좋지만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개월간 MBC가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 연착륙 의지, 노조 총파업 부담정상화 합의 이면에는 양측의 속사정이 깔려 있다. 김 사장의 경우 방문진이 임명한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정리하면서 방문진의 월권에 대한 내부 불만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또한 무리없이 MBC에 연착륙했다는 점에서 정치력을 인정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노조원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고 “사원 전체가 투표해서 사장을 뽑았으면 좋겠다”, “한강에 돌을 매달아 빠뜨려라”고 말하는 등 돈키호테식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있다.
노조는 투쟁이 본격화될 경우 고립을 우려했다. 총파업은 가결됐지만 실제 성사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96.7%가 넘는 투표율에 찬성률 75.9%는 총파업에 들어가기엔 적잖은 부담이었다. 노조는 25%의 반대표에서 ‘사장 퇴진보다는 MBC 안정이 먼저’라는 구성원들의 기류를 읽었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특보 출신인 구본홍 전 YTN 사장, 김인규 KBS 사장처럼 ‘원조 낙하산’이 아닌 김 사장을 퇴진시킬 명분도 약했다.
노조는 공권력 투입과 강제연행을 명분으로 투쟁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상당한 희생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이 황희만·윤혁 본부장 퇴진 카드를 던졌고, 노조는 수용했다. MBC 한 교양 PD는 “MBC 사태는 방문진이 사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MBC 임원을 임명한 데서 시작됐다”며 “황희만·윤혁 본부장 퇴진으로 MBC 사태의 원인이 해소된 마당에 노조가 싸움을 계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기반에 빚…일상적 충돌 불가피김재철 사장은 8일 첫 출근해 19개 지방 계열사와 9개 자회사의 사장을 인선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사장은 윤혁 TV 제작본부장의 거취를 10일쯤 확정짓고 이르면 12일 취임식을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관계회사 사장 인사안으로 MBC 내부가 시끄럽다. 김 사장과 노조가 일시적인 휴전을 끝내고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일단 그가 화두로 꺼낸 마산·진주MBC 통합이 한가운데에 있다. 시니어급 한 기자는 “큰 전쟁은 피했지만 작은 전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밝힌 PD수첩 ‘광우병’편 진상조사나 단체협약 개정은 잠재적인 갈등요인이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문제 등도 사안에 따라 노사의 격한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을 인정한 것이 그의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PD수첩 ‘광우병’편 조사나 단협 개정 등을 추진할 경우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며 “김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이 사내 공정방송 투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