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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사지(死地) 취재 마다 않는다

중동 분쟁지역에서 칠레 지진 현장까지 종횡무진

장우성 기자  2010.03.10 14: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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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전쟁터에서 아비규환의 지진 피해지역에 이르기까지 기자들의 위험을 무릅쓴 취재가 계속되고 있다.

장길문 대전일보 기자는 지난달 12일 동안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지 일대를 동행 취재했다. 이스라엘과 오랜 분쟁으로 얼룩진 레바논은 전쟁이 일상화돼 있다. 아직도 하루에 2~3차례씩 이스라엘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레바논 영공을 침범하고 있다. 알카에다 조직원의 잠입설 등 티르 지역에 주둔한 동명부대로 접수되는 테러 첩보도 이어졌다.

장길문 기자가 취재하는 기간 중에도 동명부대 기지 인근 팔레스타인난민촌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나기도 했다.

장 기자는 “전쟁과 테러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엄청났다”며 “기자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종군 취재를 해냈다는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는 자세히 알리지 않고 해외 출장이라고만 해두고 떠났는데 귀국 뒤 뒤늦게 현지의 실정을 안 가족의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이하원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이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하기 나흘 전 미 해병대를 주축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연합군의 대 공습이 시작됐다. 탈레반의 최대거점인 헬만드주 농업도시 마르자에 대한 대규모 작전이었다. 공습으로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이 기간에 이하원 특파원은 미군의 종군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임베드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일주일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에서 취재 활동을 벌였다.  


이 기자는 지난해 10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전용기에 동승했던 자리에서 아프간 현지 취재를 요청, 2007년 한국인 2명이 사망한 뒤 사실상 '취재금지지역'이 된 땅에 발을 디딘 첫 한국 기자가 됐다.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60㎞ 떨어진 바그람은 미군의 아프간전 전략 중심 기지로 3년 전 다산·동의부대 소속이었던 고 윤장호 하사가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로 희생된 지역. 탈레반의 세가 비교적 약해진 곳이지만 테러의 위험성은 여전하다. 미군이 이 기자에게 요구한 ‘책임포기 각서’에는 “취재 도중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동의한다”고 써 있었다.


실제 아프간은 생사의 명암이 엇갈리는 곳이었다. 이 기자가 아프간을 떠나기 이틀 전 카불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10여명의 외국인이 사망했다. 테러가 일어난 지역은  직전에 그도 방문했던 곳이었다. 길거리에서 아프간 주민이 다가오면 “혹시 테러리스트는 아닐까”하고 경계를 늦출 수 없는 하루하루였다.


이 기자는 “미군측에서 안전을 이유로 일부 분야에 대한 취재 지원에 난색을 표명한 것은 아쉽다”며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현장에서는 좋은 기사와 사진을 찍는데 몰두하다보니,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독자들이 바라는 좋은 기사와 개인의 안전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종군 취재를 희망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조의준 조선 기자는 지난달 27일 새벽 칠레 산티아고의 하숙집에서 규모 8.8의 대지진을 맞았다. 날이 밝자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인 콘셉시온에 달려가 현지의 처참한 상황을 알렸다. 조선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에 선발돼 지난해 9월 남미로 떠난 조의준 기자는 지난 1월 체류 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조 기자는 “현지에 주재하는 기자로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 취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추가 지진 가능성이 있으나) 이번 지진이 발생한 칠레를 포함해 중남미 지역 전반에 대한 취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