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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MB 한계·1년 임기 '아킬레스건'

MBC 김재철 사장, 노조 저지로 첫 출근 무산

김성후 기자  2010.03.03 14: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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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노조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왼쪽은 이근행 노조위원장.(연합뉴스)  
 
PD수첩 진상조사 재확인…“청와대 의중 따를 것”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의 첫 출근이 2일 노조에 막혀 무산됐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8시48분께 MBC에 도착했으나 노조원 70여명의 거센 저항에 20여 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그는 “30년 넘게 MBC를 위해 일했는데 어떻게 내가 낙하산이냐”며 “위기에 처한 MBC를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대치하면서 시청률 하락, SBS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디어렙, 월드컵 중계 등 산적한 사안 속에서 이 회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MBC의 약한 고리인 이들 사안을 제기해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을 부추기면서 정권의 낙하산 시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남다른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엄기영 전 사장의 인사추천권을 묵살하며 황희만, 윤혁 이사 임명을 강행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의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낙하산 사장 꼬리표는 그를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으로 관측된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최고 권력자와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김 사장은 충성맹세를 하고 사장이 됐다”며 “PD수첩 등 프로그램 개폐와 단협 개정을 밀어붙여 노조를 말살하고 새 사장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6일 사장 면접 과정에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도 “90%는 잘됐는데 10%는 잘못될 수도 있다”며 진상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은 방문진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지난해 8월 친여 인사들로 재편된 방문진은 지속적으로 PD수첩을 공격했다. 지난 1월20일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나갔다. 여당 이사들은 엄기영 전 사장에게 임원 인사 합의 조건으로 ‘PD수첩’ 광우병 보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손보겠다는 공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저런 눈치 안보고 MBC를 장악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 임기는 엄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011년 2월까지다. 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현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정권과 코드를 맞춰 MBC를 친정부 방송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MBC 한 PD는 “1년이라는 족쇄 때문에 청와대의 압력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출근을 저지하는 입장인 반면에 김 사장은 계속 출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양측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노사가 부닥칠 경우 공권력 투입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출근저지로 투쟁이 본격화됐다”며 “파업 여부와 관계없이 싸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