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8시48분 김재철 MBC 사장을 태운 검정색 에쿠스 차량이 여의도 MBC 본사 로비 앞에 도착했다. 노조원 70여명은 ‘정권의 하수인 낙하산은 물러가라’ ‘MBC 장악음모 단호히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출근을 저지했다.
차에서 내린 김 사장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뚫고 이근행 노조위원장 앞에 섰다. 김 사장 주변을 청경들이 둘러쌌고, 먼저 도착한 김종국 기조실장,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은 한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김 사장은 “위기에 처한 MBC를 구하러 왔다. 정권으로부터 MBC 독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청와대가 낙점 도장을 찍어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맞받았다.
김 사장은 “나를 두고 ‘화합형이다. 약하다’는 평가를 하는데 사원에 약해도 정권과 방문진에는 강하겠다. 회사에 산적한 현안이 많다. 일하게 해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들과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는 “위원장이 양해하면 오늘 또는 내일이라도 미니토론회를 하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MBC 사장이 중간에 언제 강제 축출된 적이 있느냐. 방문진과 김우룡 이사장이 먼저 퇴진하지 않으면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자 김 사장은 “내가 사퇴하면 미디어렙, 월드컵 중계 등 산적한 사안을 어떻게 하나. MBC에 리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10여분간 이 위원장과 설전을 벌인 뒤 여의치 않자 정문이 아닌 남문 광장 쪽으로 출근을 시도했다. 노조원들이 따라나서 출입을 저지하자 뒤로 물러나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사장은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예민하게 고민해야한다. 후배들을 믿지만 절차상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잘했다고 보지만 밖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보고도 받고, 관련 자료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본부장 인사에 대해서는 “방문진이 MBC를 위해 필요한 분이라고 판단해서 선임했다"며 "지금 임원진이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할 분인지 깊이 판단한 뒤 필요하다면 제게 다시 신임을 물으라고 할 수도 있다. 결론이 나면 3개월, 6개월, 1년 후에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오늘은 이쯤하자”며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곧바로 차량에 올랐다. 김 사장을 태운 차량은 9시7분쯤 회사를 빠져나갔다.
이근행 위원장은 정리 집회에서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사장이 뻔뻔하게 ‘낙하산이 아니다. 회사를 살리겠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이런 사람과 토론에 응해야겠느냐.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강고하게 싸우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