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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휩싸인 철거민

제41회 한국기자상 사진보도부문/CBS 한재호 기자

CBS 한재호 기자  2010.02.24 1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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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한재호 기자  
 
벌써 일년이 지났다.
화염병을 손에 든 철거민, 물대포를 쏘는 용역업체 직원, 컨테이너 박스 속 경찰특공대원…. 결국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까지 ‘용산참사’의 그날 그곳 남일당 건물이 훤히 보이는 건너편 옥상에서 밤을 지새우며 내 카메라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

꼬박 일년이 지났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눈물, 동료를 잃은 경찰의 눈물, 아들을 감옥에 보내는 어머니의 눈물, 물러나는 경찰 수장의 눈물…. 마침내 열린 장례식에서 흐르는 유가족의 눈물까지 그날부터 내 카메라에 담긴 사진은 온통 눈물뿐이었다.

설마했던 일년이 지났다.
참사현장 건너편 옥상을 내려오면서,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 앞에서 돌아서면서, 청와대 가는 길을 막아선 경찰 앞에서 오열하는 유가족을 지켜보면서, 매일 밤 열리던 촛불 추모미사의 횟수를 헤아리면서, 내 카메라에 1만5천여 장의 ‘용산 관련’ 사진이 담기는 동안에도 설마 일년이 지날 줄은 몰랐다.
정말 일년이 되어서야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 있던 다섯 명의 철거민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얼마 지나 나는 한국기자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기자상을 안겨준 사진 ‘불길에 휩싸인 철거민’은 처음부터 논란이 되었다. 참혹했던 타인의 고통을 대중에게 알린다는 명목 하에 선정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과 사진 한 장으로 그날의 참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과분한 평을 동시에 받으며 괴로웠지만 사진기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용산참사’를 잊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리라는 다짐이었고, 지난 일년 동안 취재한 용산에 대한 나의 기록들이 현장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문제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라도 갖게 만들었다면 기꺼이 영광스러운 한국기자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갈길 먼 5년차 기자에게 한국기자상이 얼마나 과분한 것인지를 잘 알지만, 사진기자로서 나아갈 머나먼 길에 혹여 나태하거나 무디어지면 이 상이 매서운 채찍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