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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백년 특집 다큐-100년의 참회록

제41회 한국기자상 지역기획보도부문/KBS순천 정길훈 기자

KBS순천 정길훈 기자  2010.02.24 14: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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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순천 정길훈 기자  
 
지난해 전남 고흥 소록도와 녹동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의 이름은 소록대교. 소록대교는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한센인과 비한센인의 화합, 소통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언론에 소개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데일리 아이템을 취재하기 위해 소록도를 찾았을 때 한센인들이 전한 현실은 달랐다. 소록대교에는 차도만 있을 뿐 인도가 없어서 한센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는 다리를 건널 수 없었고, 소록대교 자체도 소록도의 허리를 관통하도록 설계돼 병원 관계자들마저 ‘폭력적인 다리’라고 불렀다. 소록도에 놓인 다리에 한센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던 셈이다.

취재진은 소록도병원의 한센인 자치회장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얘기도 들었다. 한센인에 대한 단종 수술(정관 절제)이 80년대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90년대에도 단종 수술을 받은 이가 있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취재팀은 자치회장을 설득해 당사자를 만났고 이참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엮어서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보도특집으로 다뤄보기로 했다.

때마침 2009년은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한센인 환자들을 본격적으로 치료한 지 1백년이 되는 시점이라서 지난 1백 년 동안 우리 사회가 한센인들에게 남긴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문 하나 써보자는 심정으로 임했다.

지난해 4월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20여일 후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고흥 소록도병원을 방문했다. 현직 총리로서는 소록도를 첫 방문한 것도 의미가 깊었지만 한 전 총리는 한센인들에 대한 과거 우리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직접 사과해 한센인들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는 데 역사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한센인 보상법의 개정 문제 등 아직까지 과제로 남아 있는 일들도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풀리기를 바란다.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기자협회와 인권위 등 각종 단체에서 주는 상을 여러 개 수상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는 지난 1세기 우리 사회가 한센인들에게 저지른 잘못에 공감하고 이제부터라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에 많은 분들이 수긍한 것으로 생각한다.

프로그램 제작에 협조해준 많은 한센인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제작 기간 동안 불평 한 마디 없었던 가족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제작에 공을 들인 촬영기자 서재덕 선배, 박은영 작가 등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