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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MBC 박재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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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50대 사업가가 꺼낸 한 편의 영화 같은 제보. 경찰과 검찰, 법원이 국과수 감정을 맹신한 나머지 잘못된 결과를 도출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간 사전 취재를 하며 국과수의 도장 감정이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과수가 우리를 상대라도 해줄까?’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초동 수사를 한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잘못될 리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경찰들도 국과수의 감정을 절대 뒤집을 수 없다며 취재를 만류했다. 더욱이 내가 기댈 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설감정원 뿐이었다. 사설감정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또 검증을 했다. 국과수 감정을 ‘재감정’하는 과정은 그렇게 길고도 험난했다.
본격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과수 측이 대구MBC를 방문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감정오류를 시인하자, 비로소 그간 취재를 하면서 쌓였던 불안감을 씻을 수 있었다. ‘국과수 문서감정 체계 개선’을 골자로 한 대책안을 손에 쥐던 날은 흥분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6개월의 취재기간 중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문제가 된 당좌수표의 번호가 잘못됐다는 경찰 측의 주장이 나와 취재가 무산될 뻔했고, 사실 확인을 해달라며 보낸 협조 공문에 대해 국과수가 무관심으로 일관해 취재가 막혀버린 때도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취재진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두 개일 수 없었다. 지역 언론으로서 국과수의 전 방위적인 대책과 쇄신의지를 이끌어 낸 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억울한 사연들은 경찰서와 검찰, 법원 앞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이번 수상은 그런 ‘불편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외침에 더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라는 질책과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작년 이맘 때 제40회 한국기자상 취재후기를 쓰며 ‘이런 순간이 다시 찾아올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취재기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주며 함께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 이동삼 카메라 기자, 언제나 곁에서 큰 힘이 되어 준 도성진 기자, 국과수 취재의 단초를 제공해주신 오태동 선배님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 끝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응원해준 대구MBC 식구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