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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1년-내 아이는 안전한가?

제41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부문/KBS 박진영 기자

KBS 박진영 기자  2010.02.24 14: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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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박진영 기자  
 
올해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만으로 꼭 10년이 됐다. 10년 만에 처음 한국기자상을 받게 되니 기쁘고 영광스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마음 한쪽으로는 어린 아이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으로 상을 받게 됐다는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방송으로 이용했다는 괜한 자책감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하지만 KBS의 방송으로 피해가족들의 인권이 좀 더 나아지고, 앞으로 잠재적 피해자가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나영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말쯤으로 기억된다. 8살 딸이 입었던 참혹한 상처를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던 아버님의 수척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증언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인터뷰 현장에 같이 있던 촬영기자와 스태프들의 가슴도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가슴 아픈 내용을 방송을 통해 전달할 수 있겠는가?’ 하는 갈등도 방영 전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국 아버님의 적극적인 결단에 힘을 얻어 나영이의 사연은 9월 첫 방송됐고, 국민들의 분노를 이끌어 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면서 나선 그 분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시사기획 쌈의 ‘아동 성범죄 보고서’는 그냥 많은 시사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나영이 사건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욱 더 참혹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돌변할 수 있고, 아니면 그야말로 ‘묻지마 식 범행’으로 인해 어린이와 그 가족의 인생이 송두리째 짓밟힐 수도 있다. KBS의 방송 이후 아동 성범죄 건수가 그나마 줄었다는 경찰청 통계도 있었지만, 그걸로 위안을 삼기는 이르다. 아동 성범죄의 경우 신고되지 않은 이른바 ‘암수범죄’의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된다.

지금 국회에는 아동 성범죄와 관련해 수십 건의 법안이 올라가 있다. 아동 성범죄의 예방에서부터 발생, 검거, 처벌, 피해자 보상에 이르기까지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 문제는 높으신 분들의 관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국정 현안도 중요하지만 내 자식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나영이 가족은 끊이지 않고 생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