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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지켜내십시오"

엄기영 사장 사퇴 당일 행적과 그의 말들

김성후 기자  2010.02.10 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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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째 공석인 MBC 본부장 인사를 위해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엄사장은 이날 오전 사퇴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10시50분께, 엄기영 MBC 사장은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14층 컨퍼런스룸 한쪽에 자리한 흡연실에서 뒷짐을 진 채 창문 밖을 응시했다. 당시 방문진 여당 쪽 이사들은 같은 층 프레스룸에서 김우룡 이사장이 추천한 황희만 울산MBC 사장과 윤혁 부국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투표를 벌이고 있었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엄 사장은 결국 그의 뜻에 반하는 이사들이 추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뭘하라는 건지…저는 문화방송 사장을 사퇴하겠다. 할 얘기가 많지만 여기서 접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굳은 표정으로 호텔을 떠났다.

서울 여의도 MBC 본사로 돌아온 엄 사장은 비서실 직원을 통해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한 뒤 컴퓨터를 켰고, 사장 재임 2년을 합해 36년간 생사고락을 나눈 MBC를 떠나는 소회를 담은 글을 써내려갔다.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은 회사를 떠나기 직전에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졌다.

그는 먼저 사장직을 내놓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를 구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책임 경영의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MBC 위상을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것이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없는 부탁”이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이날 오후 4시20분쯤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마지막 퇴근길, 조합원 30여명은 낙하산 이사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노조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손을 굳게 잡고 “건강한 MBC를 지켜내십시오”라고 했다. 노조원들과 악수를 끝낸 그는 머리 위로 팔을 올려 하트 표시를 만들어 보였다.

“MBC는 선배들이 지켜온 최고의 공영방송사입니다. 위기는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입니다. MBC를 지키는 데 여러분이 힘을 다해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MBC 파이팅”을 외쳤다. 노조원들은 “MBC 사수하여 MBC를 지켜내자”라고 연호했다. 엄 사장은 대기한 차량에 올라타며 “수고하십시오”라고 짧게 말했다. 그를 태운 차량은 미끄러지듯 회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