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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앞 '고분고분한 MBC' 만들기

정부에 우호적 방송 개편…PD수첩 최우선 타깃될 듯

김성후 기자  2010.02.09 23: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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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회의를 저지하려는 MBC 노조원들과 이사회 관계자들이 회의장 입구에서 심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이 수용할 수 없는 인사카드로 엄 사장의 사퇴를 사실상 강제했던 8일, 감사원은 방문진 본감사에 착수했다.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을 후임 사장에 앉힌 뒤 감사 결과를 구실로 MBC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기획이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방문진의 이사진 선임 강행은 6·2 지방선거를 앞둔 정권 차원의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니는 지방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MBC를 우호적인 방송으로 만들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지방선거는 2008년 총선과 달리 한나라당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주는 비판적인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MBC는 정권 출범 전부터 이명박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7년 12월 BBK 연루의혹 보도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는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할 경우 민영화하겠다”고 말하며 MBC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광우병’ 편은 촛불시위로 연결되며 정권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후 MBC는 MB에 적대적인 방송사라는 인식이 여권 관계자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난해 6월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PD수첩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공개적으로 경영진 사퇴를 언급했다. 이후 8월 방문진에 친여 성향 이사들이 포진하면서 MBC 장악 수순은 본격화됐다. 여당 쪽 이사들의 압박에 엄 사장은 ‘뉴 MBC 플랜’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2월 임원진 8명과 함께 일괄사표를 냈고, 방문진은 이 가운데 보도·TV제작·편성·경영본부장 등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방문진은 후임 본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하지 않았다. 엄 사장의 인사권을 무력화시키며, 방문진이 원하는 인사를 보도·제작본부장에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여당 이사들이 낙점한 황희만 울산MBC 사장과 윤혁 부국장이 각각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에 임명됐고, 엄 사장은 결국 사퇴했다. MBC 부장급 기자는 “정권에 고분고분한 MBC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방문진 대변인 차기환 이사는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17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 일정을 앞당겨 후임 사장 인선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이나 3월 초쯤이면 차기 사장 선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안팎에서는 김종오 OBS 고문, 김재철 청주MBC 사장, 구영회 MBC미술센터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후임 사장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MBC를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방송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선 타깃은 정권의 눈엣가시인 PD수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MBC 한 PD는 “PD수첩 팀장을 한 윤혁 부국장에게 제작본부장을 맡긴 것은 PD수첩을 순치시키거나 무력화하라는 과제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은 물러났지만 MBC 노조는 결사항전 태세를 갖췄다. 즉각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하며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도 10일 MBC 장악 기도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연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