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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전격 사퇴…MBC 격랑 속으로

사장 직무대행체제…노조 주중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김성후 기자  2010.02.08 16: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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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째 공석인 MBC 본부장 인사를 위해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엄사장은 이날 오전 사퇴를 표명했다.(연합뉴스)  
 
엄기영 MBC 사장이 8일 전격 사퇴하면서 MBC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친여 성향 이사들로 재편될 당시, 일각에서 우려하던 MBC 사장 교체는 7개월여 만에 현실화됐다.

방문진이 여당 쪽 이사들 단독으로 MBC 이사진 선임을 강행한 뒤 사퇴를 표명한 엄 사장은 곧바로 방문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MBC는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유례없는 대행체제에 들어갔다.

MBC 노조는 중앙위에서 비대위 전환을 결의했으며 빠르면 이번 주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MBC 노조는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에서 이날 선임된 이사진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엄 사장의 전격 사퇴는 방문진의 과도한 인사권 개입 등 압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진은 지난해 12월 김세영 부사장 등 본부장 4명의 사표를 수리한 뒤 줄곧 엄 사장의 추천안에 반대하며 사실상 사장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무력화시켰다.

이날도 엄 사장은 보도본부장에 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 TV제작본부장에 안우정 예능국장, 편성본부장에 안광한 편성국장을 방문진 이사회에 추천했지만 방문진은 엄 사장의 뜻과 배치되게 황희만 울산MBC 사장, 윤혁 MBC 시사교양국 부국장을 이사로 내정했다.

황희만 울산MBC사장, 윤혁 부국장은 방문진 여당 쪽 이사들이 합의한 인사로 사실상 엄 사장의 인사권을 무시하는 카드였다. 특히 방문진은 엄 사장이 한 번도 추천하지 않은 윤 부국장을 이사로 선임했다.

엄 사장은 김 이사장이 지난 5일 두 사람의 내정 사실을 전하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문진이 끝내 그의 추천안을 거부하자 설 자리가 없음을 절감하며 사퇴를 표명했다.

엄 사장이 이날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문진의 존재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체 뭘 하라는 건지…”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방문진이 사실상 제어하는 본부장들 틈에 끼여 이른바 ‘식물사장’이 될 바에 차라리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엄 사장의 사퇴로 MBC 내부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당장 MBC 노조는 신임 이사 출근저지에 나서기로 했고, 낙하산 사장이 올 경우 총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MBC 사장이 외부의 힘에 의해 임기 도중에 물러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갈 데까지 간 최악의 상황이다. 방문진은 이번 파국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후임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가 사장 절차 등을 거쳐 내정하면 주총에서 선임해 이뤄진다. 오는 17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으나 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해 논의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방문진 관계자는 “후임 사장 선출 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