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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퇴·저항의 갈림길에 서다

방문진 이사회 강행 항의하며 이틀간 장고 들어가

김성후 기자  2010.02.05 19: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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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보궐 경영진 선임을 놓고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이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8일 이사회를 열어 보궐 경영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기영 사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엄 사장은 5일 방문진 이사회 강행 방침이 전해지자 임원회의 등을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엄 사장은 일단 “방문진이 임명한 인사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 이사회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이 내정한 인사들을 추인하는 이사회에 참여해봤자 들러리만 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사퇴를 각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우룡 이사장은 이날 오전 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본부장에 황희만 울산MBC 사장, TV제작본부장에 윤혁 부국장을 내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방문진이 지난해 12월10일 김세영 부사장 등 경영진 4명의 사표를 수리한 뒤 후임 경영진이 논의될 때부터 김 이사장이 줄곧 내세운 인사들이다.

그동안 엄 사장은 두 사람과 일할 수 없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하며 자신의 인사권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엄 사장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이 이사회 개최를 강행한 것은 엄 사장과 더 이상 경영진 인선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인사권을 포기하는 대신 사장직을 유지하면서 방문진과 함께 가든지, 아니면 물러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엄 사장은 ‘방문진의 들러리를 설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까지 각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엄 사장은 이날 오전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김 이사장을 강한 어조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엄 사장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하나는 사장의 인사권을 무력화하면서 ‘자기 사람’ 심기에 노골적인 방문진을 비난하면서 사퇴할 가능성, 또 하나는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들의 본부장 선임을 거부하면서 방문진에 맞서는 것이다.

사퇴는 현실적 역학관계에서 나온다. 방문진의 직접적인 관할을 받는 경영진에 쌓여 사장으로 남아도 길어야 1년 임기의 ‘식물사장’이다. 리더십이 손상된 상황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사장직을 유지해봤자 득 들게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무임소 이사 카드다. 방문진은 MBC 이사를 선임할 뿐이지 본부장 등 선임 권한은 MBC이사회에 있다. 따라서 엄 사장이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들을 무임소 이사로 임명해 무력화시키고, 본부장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엄 사장은 이날 실무진들에게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장고에 들어갔다. 아마도 6~7일 이틀의 시간은 엄 사장에게 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