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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PD수첩 폐지 속셈인가

무죄판결도 무시, 또 진상조사위 구성 요구
감사원, 곧 방문진 감사…노조 "표적감사"

김성후 기자  2010.02.03 14: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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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개최한 ‘PD수첩 재판과 판결내용 논란에 대한 전문가 입장 및 시민사회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PD수첩 판결이 지극히 정상적인 판결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MBC 안팎에 긴장감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 PD수첩에 대한 공세가 잦아드나 싶더니 지난달 26일 ‘형사소송 1심 PD수첩 무죄’ 편이 방송된 이후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무죄 판결 방송을 빌미로 PD수첩 진상조사를 관철시킬 작정이고, 감사원은 사실상 MBC를 타깃으로 하는 방문진 감사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 안건 전격 채택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PD수첩은 자유롭지 못하다. 3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 PD수첩 진상조사위 설치요구 결의건이 심의안건으로 올라왔다. 당초 이날 이사회 공식 안건은 아이티 보도 사과방송 등 MBC 현안보고였지만 친여성향 한 이사가 의결을 요청함에 따라 전격 채택됐다. 그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에 진상조사를 공식 요구한 뒤 관련 내용을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언론시민연대와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은 지난달 27일 MBC를 방문해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형사재판 1심 무죄 판결 결과를 놓고 다시 국민들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며 PD수첩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엄기영 사장 앞으로 전달했다.

PD수첩 진상조사 요구는 애초 방문진 친여 성향 이사들이 임원합의 조건으로 엄 사장에게 수용을 요구했던 사안이다. 당시 엄 사장이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미국 쇠고기 협상 보도와 관련해 PD수첩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주춤했다.

하지만 ‘PD수첩 무죄’ 편이 나간 뒤 일부 이사들이 자사의 변명을 위해 사적으로 전파를 이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환 이사는 “PD수첩에 불리한 민사 판결 내용은 방송을 않고, 무죄판결을 받은 형사 재판은 옳다는 식으로 방송했다”며 “PD수첩 제작진이 방송을 사유화한 만큼 이사회에서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보궐 임원진 인선 과정에서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방문진이 2월 주총을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며 “PD수첩 진상조사가 이뤄지면 여러 구실을 들어 궁극적으로 PD수첩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12년 만의 방문진 감사, MBC 겨냥?
감사원은 빠르면 이번주부터 방문진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1998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영 감사원 공보담당관은 “2월 중 본감사가 나간다는 원칙만 있을 뿐 언제부터 시작할지는 알 수 없다”며 “감사기간은 대상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2주가 걸리고, 그 결과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를 놓고 MBC 안팎에서는 감사원이 방문진을 통해 MBC를 감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방문진 직원의 상벌, 인사위원회, 방문진 예산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전례로 볼 때 방문진 감사 도중 MBC 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MBC 노조는 1일 낸 성명에서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표적감사를 벌여, 방만경영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워 검찰 수사의 멍석을 깔아줬다”며 “이번 감사도 방문진이 MBC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핑계로 MBC에 대한 먼지털기식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감사를 엄기영 사장의 거취와 연관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10일 사표가 반려된 엄 사장은 보도·TV제작·편성본부장 선임을 놓고 김우룡 이사장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특히 김 이사장을 비롯해 일부 친여 성향 이사들은 엄 사장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방문진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엄 사장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어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MBC 해설위원을 지낸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감사원 감사는 MBC에 대한 섭정단계를 넘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