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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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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광우병 편 작가인 김은희씨는 서울중앙지법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시사 프로그램 종사자들에게 숨통을 트게 하는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그에 영향을 받아 시사 프로그램의 본령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아이템이 제한되고, 보도를 하면서도 스스로도 검열을 하게 됐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PD수첩’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PD수첩이 뭔가 잘못한 게 있겠지’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에게 떳떳할 수 있게 됐다”며 “‘PD수첩’ 보도에 흥분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비난을 들었던 국민들이 이번 판결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인 이메일을 공개했고 이를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이 그대로 받아써 고초를 겪었던 인물로 PD 4명과 함께 기소됐다. 1998년 MBC 공채를 통해 작가로 입문했으며 'PD수첩' 등을 거쳐 현재 ‘MBC 스페셜’을 집필하고 있다.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의 심경은.
‘이런 날이 오는 구나. 드디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재판을 준비하면서 밤을 많이 샜다. 일상생활이 없을 정도였다. 다들 일하면서 준비했다. 검사들이 프로그램 처음부터 끝가지 걸고 넘어졌기에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 했다. 재판 끝나고 할아버지들 때문에 법정에 잠시 머물렀던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 대한 격려와 기쁨을 나눴다. 서로 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나. 시사 프로그램 종사자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사 프로그램 본령 중 하나는 정부 정책 비판에 있다. ‘PD수첩’이 유죄를 받았다면 그런 아이템이 제한되고 스스로 두려워하고, 보도를 하면서도 자체 검열을 많이 하게 됐을 것이다. ‘PD수첩’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PD수첩이 뭔가 잘못한 게 있겠지’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에게 떳떳할 수 있게 됐다. 또 ‘PD수첩’의 선동에 흥분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비난을 들었던 국민들이 이번 판결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했고, 조선일보는 이메일을 근거로 사설에서 ‘악의적 정치선동과 조작’이라고 쓰는 등 파장이 일었다. 그 보도가 나왔을 때 죽을 것 같았다. 한동안 잠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메일에 대해 딱 한번 언급했다. 5차례 공판이 있는 동안 이메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검찰은 최후 의견진술에서 ‘PD수첩은 왜곡됐고, 왜곡 이유는 그 이메일을 보면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의 개인적 생각이나 정치적 지향이 어떻게 방송 왜곡으로 연결됐는지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 이후 1년 6개월간 고초를 겪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이메일이 공개됐을 때다.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이메일을 심문했던 검사가 꿈에 나타나더라.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 검사를 보면서 ‘그 사람도 인간적으로 미안해하는구나’라며 위안을 삼았다. 사생활이 공개된 데 대한 인간적 모멸감도 컸지만 이메일의 글이 ‘PD수첩’ 재판에 영향을 줘, 그렇지 않아도 왜곡과 편파의 탈을 뒤집어쓰고 고생하는 PD들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이메일 공개와 관련, 검찰 수사팀과 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고소 대상은 검사 5명과 동아·조선·중앙·문화일보 등 4개 언론사다. 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9월18일 고소인인 저를 불러 한번 조사를 한 뒤 소식이 없다. 기소 여부도 알려주지 않고, 속칭 ‘뭉갠다’는 표현이 있던데 고소장 서류들이 어디에 잠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찰이 이메일을 공개했을 때 그걸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이메일을 들춰내 사생활을 공표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메일 문구를 ‘PD수첩’왜곡보도에 낙인을 찍는 결정타로 활용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메일 문구까지 오독했다. 그런 언론사가 없었다면 검찰이 발표했을까. 검찰과 언론이 공모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모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의 가치를 침해하려는 정권의 시도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역사에서 배운 것이 많았던 만큼 우리도 남겨야할 의무가 있다. 언젠가는 1년 6개월 동안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메일 고소 건을 포함해 8건의 소송이 남아있다. 아직도 갈길이 너무 멀다.